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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瓦)지붕의 소나무 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와송(瓦松)이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바위솔은 기와(瓦)지붕의 소나무 처럼 보인다 하여 와송(瓦松)이라고도 한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바위솔의 한약명은 와송이다. 와송의 경우 바위솔이라는 식물명보다 와송이라는 한약명이 더 익숙하다. 와송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양에는 5일장이 선다. 봄에 언양장에 가보면 각종 모종과 함께 약초 모종이 나온다. 해마다 언양장에 나오는 약초 모종은 당귀, 황기, 작약 등인데 몇 년 전부터 와송 모종도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약초 모종이 나오는 것을 통해 약초의 인지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와송은 항암제로 유명세를 치른 까닭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밭에서 재배하는 분들도 있다. 

# 항암제로 유명세 최근엔 대량 재배
언양읍 송대리에도 와송을 재배하는 곳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을 지나가다 보곤 하는데 해마다 농사를 어찌나 잘 지으시는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는 와송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송대리에서 재배하는 와송의 씨앗이 날아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언양읍성에 자생하고 있는 와송을 올해 처음으로 발견했다. 

성벽 바위틈에서 무리 지어 와송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발견한 날 당일 사라지고 말았다. 출근길에 발견하고 퇴근길에 다시 가보니 누군가가 모두 뽑아가서 작은 것 몇 개 밖에 남지 않았다. 와송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오래 묵은 기와에서 잘 자라는 바위솔이 형제 처럼 모여 있다.
오래 묵은 기와에서 잘 자라는 바위솔이 형제 처럼 모여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사라진 와송에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지인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경주의 어느 절 기와지붕에서 멋지게 자라고 있는 와송을 발견했다는 소식이었다. 보내온 사진을 보니 정말 와송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풍경이었다. 보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와송을 보러 가기로 하고 지인과 경주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일요일 아침 경주로 향했다. 먼저 온 지인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와송이 자라고 있는 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와송이 살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송(瓦松)은 기와 와(瓦)에 소나무 송(松)자를 쓴다. 기와 위의 소나무라는 뜻인데 경주에서 만난 기와지붕 위에 살고 있는 와송은 그 뜻과 일치하는 와송이었다. 오래된 기와와 켜켜이 쌓여있는 솔잎, 나뭇잎, 이끼를 통해 세월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다른 곳은 기와를 모두 새로 이었는데 그곳의 기와는 손대지 않아 오래된 와송이 한곳에서 계속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동의보감'에서 와송은 작엽하초(昨葉荷草)라 기술하고 향약명은 짐우디기로 기재하고 있다. '작엽하초(昨葉荷草), 짐우디기. 성질은 평(平)하고 맛은 시며(酸) 독이 없다. 수곡리(水穀痢)와 혈리(血痢)를 치료한다. 오랜 기와집 위에서 난다. 멀리서 바라보면 소나무 비슷하기 때문에 일명 와송(瓦松)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와송은 량혈지혈(凉血止血), 청열해독(淸熱解毒), 수습렴창(收濕斂瘡)하는 효능이 있어 주로 염증 질환과 혈뇨를 비롯한 출혈 질환에 처방한다.

'본초문답'에서 약물이 지니고 있는 약성은 '자연에서 생존하려는 노력이 각각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와송은 오래된 기와지붕 위에서 자란다. 기와지붕 위는 식물이 살기에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와송은 그런 곳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과 영양분이 적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물과 영양분을 잘 간직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경주 한 사찰의 법당 아래 바위 틈에서 자라는 바위솔에 꽃망울이 맺혀 있다.
경주 한 사찰의 법당 아래 바위 틈에서 자라는 바위솔에 꽃망울이 맺혀 있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또한 와송은 건조하고 직사광선을 바로 받는 곳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인장이나 알로에처럼 수분을 잘 머금고 있어야 하고 강한 햇볕을 이겨낼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 와송의 노력으로 인해 수렴하는 특성과 청열하는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동의보감'에서 와송은 헌데를 씻어 아물게 하는 외용제로 사용했는데 이것은 와송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 사람 손 벗어난 곳이 살기 좋은 곳
기와지붕 위에서 오랜 세월 살아가고 있는 와송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살아가기 힘든 환경에서도 물을 모으고 영양분을 모으며 조금씩 자라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트려 군집을 이뤄 대가족을 이룬 와송에게 배울 것이 많다. 주변 환경이 어떻든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곳은 살아가기에 최적의 장소가 된다. 언양읍성에 살고 있는 와송과 경주에 살고 있는 와송이 대조적이다. 둘 다 식물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차이는 사람의 눈에 잘 띄느냐 안 띄느냐. 사람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냐 아니냐의 차이다. 언양읍성의 와송은 위태로워 보인다. 경주의 와송은 안전해 보인다. 사람의 손길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오래 묵은 것일수록 약성이 강하다. 한 곳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은둔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다 하여 실망하지 말 일이다. 김영덕 심호당 한의원장 kyd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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