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환 프로그래머
조환 프로그래머

올해 초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게임을 둘러싼 소비자의 불만이 크게 터졌다. 게임사가 확률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용자들의 의구심 가득한 불만이었다. 운영사는 뒤늦게나마 서비스의 잘못된 점을 공지하고, 수정 후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분노는 거기서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회장과 담당 실무자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그 소식에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형 게임아이템으로 쉽게 돈을 버는 게임사들이 혼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회사 경영의 이유로 증인들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증인 채택 불발로 확률형 게임아이템 관련 국정감사는 싱겁게 끝이 났다. 

그렇다고 게임사들이 올 한해도 잘 넘겼다는 안도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 여야를 막론하고 소관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소속 의원들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할 새로운 법안 발의에 강하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 이후에도 정치권은 이 문제를 면밀히 조사하고 다룰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게임사들은 자칫 바다이야기 프레임을 뒤집어쓰지는 않을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용자들이,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디아블로 2'라는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 게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이미 20년 전에 발매한 게임에 약간의 편의성과 그래픽 업그레이드만 한 상품에 불과한 까닭이다. 심지어 요즘 게임들처럼 편의성이 좋지도 않으며 단순 맛보기도 매우 어려워 결제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pc방 순위 2위로 급상승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를 타고 있다. 

입장권 개념으로 1회 구매비용만 지불하면 게임사가 게임의 평생 이용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게임 내에 어떠한 확률형 아이템 장사도 없다. 이런 단순한 차이가 발매한 지 20년이 넘은 오래된 게임을 최고 인기게임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시장은 확률형 게임 아이템 판매에 지쳤다는 뜻이다.

네덜란드의 철학자 요한 호이징아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간은 재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라 정의했다. 의외성은 재미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간은 놀이에서 재미를 추구하며, 똑같은 놀이를 하더라도 결과가 매번 다르다면 그 놀이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승부 조작 없는 축구나 야구경기 관람이 재미있는 것도, 그 결과가 매번 달라서다.

국내 게임사들은 비디오 게임에 확률형 게임아이템을 도입해 인간 심리의 이런 부분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업체들 대부분 정액제 서비스를 포기하고 부분유료화를 적용했을 뿐인데 매출이 오히려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적절한 안전장치가 없는 게임사들의 상술은 점점 더 도를 넘기 시작했고 각종 사회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 산업이다. 요즘 화두인 '메타버스'를 이루는 주요 모델이기도 하다. 이용자들이 손쉽게 가상공간을 체험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또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외출 대신 비디오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WHO에서도 가벼운 게임이용은 오히려 코로나 예방에 도움 된다고 공언했을 정도니 말이다.

비디오 게임은 기반을 이루는 수학 및 공학지식에 음악, 영상, 이야기 등을 곁들인 종합 예술이다. 심지어 영화, 뮤지컬이나 오페라와 달리 이용자가 직접 참여해 그 내용을 조작할 수도 있다. 가히 인간이 발명해 낸 최고의 유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앞서 예시로 든 다른 예술들도 등장 초기에는 악마의 발명품 취급받았던 역사 또한 비슷하다.

이번에 논란이 됐던 넥슨도 자사의 다른 상품들을 이용해 대한민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회사다. 다만 스스로 자초한 확률 조작 논란으로 인해 자칫 대한민국 게임사 전체가 악의 집단 취급을 받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우리는 이미 90년대 초반 만화 죽이기 사태로 인해 스스로 만화산업을 도탄에 빠뜨린 적이 있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 만화산업은 웹툰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90년대에 섣부른 판단이 없었더라면 그 시기를 훨씬 더 앞당길 수 있지 않았을까? 부디 앞으로 이어질 게임관련 정책 논의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