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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눠 가진 새'
'하늘을 나눠 가진 새'

해 질 무렵, 소 먹이던 동네 오라버니들이 소를 몰고 집으로 들어갈 때쯤이면 꼬맹이 여자아이는 뒷산에 올라 온종일 풀밭에 메어둔 염소들을 몰고 집으로 내려온다. 어떤 날은 좀 일찍 산을 오를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염소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핀 이름 모를 야생화에 끌려 한 아름 꺾어오기도 한다. 부지런히 꿀을 따던 꿀벌에게 말을 건넨다. 
 "너도 이 꽃에 놀러 왔구나! 꿀 많이 땄니? 집에 가면 너의 엄마가 좋아하겠네." 
 인사하듯 한마디 건네면, 시샘하듯이 날갯짓을 하는 나비에게도 잊지 않고 말을 건넨다. 
 "안녕 나비야! 너도 꽃밭에 놀러왔니! 곧 어두워지면 예쁜 날개 다칠라. 어서 집에 가렴." 
 나비와 꿀벌은 예쁜 꽃과 인사하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날아가 버린다. 유혹에 못 참던 여자아이는 양팔 가득 꽃을 꺾어 안았다. 야생화는 꺾여서도 여전히 꽃으로 웃고 있다. 내려 보던 서녘 노을이 노하여 핏대를 세우지만 미안해할 줄 모르던 당돌한 여자아이는……. 
 "예쁘니까 꺾었지! 꽃이니까 꺾었지! 풀이였어 봐 왜 꺾었겠어!" 
 벌과 나비가 친구였고 꽃과 구름도 친구였던 어린 시절 자연과 대화하며 초등시절을 보내온 필자는 기억을 더듬는 초등시절 이야기를 짤막하게 언급했다. 다음은 정임조 작가의 '하늘을 나눠 가진 새' 중 '집으로 보내 줄게'라는 한 단편 동화를 짤막하게 발췌했다. 
 
 -샹략-
 바람의 할아버지가 막 논두렁을 지나려는데 놀란 메뚜기들이 서로 머리를 부딪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도망치느라 난리가 아니겠어요.
 "왜 그러니?"
 바람의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망토 같이 근사한 갈색 날개를 가진 메뚜기가 풀쩍 볏짚 위로 뛰어내리며 말했습니다.
 "난 또, 우리를 잡으려고 사람들이 온 줄 알았죠, 저 위 저수지 언덕에 사는 메뚜기가 그러는데 얼마 전에 사람들이 와서 메뚜기를 죄다 잡아갔대요. 글쎄."
 -중략-
 가을걷이가 시작되고 소나무 할머니의 머리 위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가을이 깊어가면서 바람 할아버지의 몸이 점점 차가워진 것 때문에 소나무 할머니의 흰머리가 더욱 늘어난 것 같았습니다.
 -하략-
 
 벌과 나비에게 말을 거는가하면 바람 할아버지, 소나무 할머니, 메뚜기가 서로 대화를 한다. 모든 사물을 인간화시켜 스토리를 꾸며나가는 우화적이고 환상적인 동화.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4차원이겠지만, 계곡에서 강으로 바다로 흘러내려가야 할 발원지 같은 오염되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 나래를 펼쳐나갈 동심의 기초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초 동심을 뛰어넘어 현실적이고 사실을 묘사한 생활동화나, 성과를 얻기 위한 목적 동화를 고집하는 요즘 부모의 성향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정임조 작가의 '하늘을 나눠 가진 새'를 읽어보면 어른도 힐링이 되는 동화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아동문학가 서순옥

 정임조 아동문학가는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당선됐고 1995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로 당선됐다. 이어 MBC 창작동화 대상 '나무새의 발자국'을 받았고 지은 책으로는 '아름다운 생명의 나눔, 내가 희망이야'등이 있으며 그중에 '초록 대문 집에 편지가 오면'은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다. 여기까지는 2009년 프로필이고 지금은 울산 아동문학과 울산 문인협회에서 활동하는 유능한 작가이다. 
 아동문학가 서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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