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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울산행복학교 교사
이연재 울산행복학교 교사

'특수학교의 하루'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규교사(가상의 인물)가 특수학교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엮어서 구성한 이야기이다. 


 오전 이야기는 일전에 기고를 하면서 마쳤고, 남은 오후 이야기를 이어서 한 번 들여다보자.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나와 지원인력분들은 각자 학생 한 명씩 도맡아 식사를 지원했다. 정해진 점심시간에 식사에서 양치까지 완료하려면 학생 식사를 지원함과 동시에 나의 식사도 해야 한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플레이가 어려운 성격을 들먹거리며, 엄마가 집안일을 시킬 때도 느릿느릿하게 했던 태도가 한 번에 고쳐진 순간이었다. 오늘 알았다. 나는 멀티플레이에 유능한 사람이었다. 엄마가 아신다면 현재보다 집안일은 최소 2.5배 이상으로 나에게 부여할 것으로 추측되기에 집에서는 이 능력을 고이고이 숨겨야겠다. 


 식사 지도를 하면서 학생들이 대부분 편식 없이 골고루 반찬을 잘 먹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아직 나는 반숙으로 익힌 계란 노른자를 못 먹는데 학생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전 선생님들과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식사 습관을 배운 티가 났다. 의젓한 나의 제자들 모습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했다. 언젠가 나도 반숙 계란 노른자에 도전해 학생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겠다며 다짐을 했지만 언제가 될지 미지수이다.


 점심을 마치고 반으로 오는 도중에,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이 갑자기 운동장 쪽으로 뛰어갔다.
 따라가서 학생과 함께 운동장에 설치된 체육시설을 타고 놀았다. 그러는 도중 학생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뛰길래 혹여나 발생할 사고를 방지하고자 먼저 앞서 뛰어갔다. 


 학생은 본인과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나를 치고 더 멀리 뛰어갔다. 나보다 덩치가 큰 친구라서 살짝 휘청거렸지만 그래도 건장한 체격을 지녔기에 무리 없이 학생을 데리고 교실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지 숨이 차고 힘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옆 반 선생님을 보았다. 과장을 보태자면 내 반만 한 체격을 지닌 여자 선생님이었으며 본인보다 큰 학생들 손을 잡고 뛰고 있었다. 함께 뛴다기보다 학생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여자 선생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 선생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쳤다. 선생님은 손을 흔들어 화답했고 동료애가 순간 반짝였다.  


 하교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학생들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간 뒤, 학생들을 스쿨버스에 태우고 스쿨버스가 정문을 나가는 순간까지 학생들을 배웅했다. 
 오전에는 초록으로 덮인 앞산을 배경으로 노란색 스쿨버스가 심심히 지나가는 장면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주변 환경을 꽉꽉 채운 네온사인과 간판이 넘실거리는 도심에서 자란 나로서는 자연이 보여준 여백이 오전에는 이질적으로 다가왔지만 오후에는 가슴속으로 편안하게 스며들었다. 
 오전과 오후 사이에 나의 심경의 변화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처음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라고 말해준 친구 덕분일까? 나를 믿고 나의 손을 꽉 잡은 고사리 손 때문일까? 일필휘지로 그린 달마도 그림을 받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학생 존재 여부로 인한 변화임은 확실하다.            


 처음에는 특수학교에 발을 디뎌본 적 없는 분들에게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귀여운 우리 아이들을 소개하고자 글을 썼다. 


 그런데 쓰다 보니 특수학교에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때로는 심장을 쓸어내리는 순간과 때로는 심장이 뛰는 기쁜 순간을 온몸으로 적시는 소중한 나의 동료들에게 이 글을 바치고 싶어졌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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