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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산업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종합·전문 건설업 업역 규제가 지난해부터 폐지돼 건설사업자 간 상호시장 진출이 허용됐다. 복합공사(원도급)는 종합건설, 단일공사(하도급)는 전문건설업자만 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전문건설업 간 칸막이식 업역규제는 1976년 전문건설업을 도입한 이래 44년간 유지돼 왔었다. 하지만 공정경쟁 저하, 서류상 회사 증가, 기업 성장 저해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축소한다는 취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건설업 업역규제가 선진국에는 사례가 없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2개 이상 전문업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는 그 업종에 해당하는 전문공사로 구성된 종합공사를 원도급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종합건설사업자도 등록한 건설업종의 업무 내용에 해당하는 전문공사를 원·하도급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공공 공사에 한해 시행했고 올해부터는 민간공사로 허용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다만 영세 전문건설기업 보호를 위해 10억 원 미만 공사를 도급받은 경우 하도급은 전문건설사업자에게만 가능하고, 2억 원 미만 전문공사의 경우 오는 2024년부터 종합건설사업자에게도 도급이 허용된다.

전문건설 "일감뺏기 우려" 종합건설 "겸업 많아 효과 미미"
 하지만 정작 지역 건설업계는 반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문건설업체는 칸막이를 없애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지만 되려 일감을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종합건설업계도 업종간 통폐합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긴 하다.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면허는 이미 중복 취득이 가능하고 겸업도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울산에선 건설업황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 제도로 인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역 전문건설업계측의 반응은 매우 민감하다. 대부분의 영세한 지역업체들이 오히려 '불균형' 확산에 대한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역의 전문건설업계는 상호 진출로 인해 종합업체만 이익을 보는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할 게 명백하다면서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상호 진출에 따른 사업 확장'이란 명분은 허울 좋은 이야기지 뚜껑을 열어보니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는 게 지역 전문건설업계의 진단이다. 게다가 일감지키기도 위태로운 판인데 종합시장까지 진출하려면 자격 요건과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아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상대 시장 공사 참여 시 업종 등록기준 충족 의무화 등 너무 높은 종합공사 진입 문턱 때문에 전문건설업체의 응찰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건설업체는 1~2개의 업종 면허를 가진 경우가 태반이어서 5~6가지 면허를 요구하는 종합공사에 나서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 지속적 점검 통해 현장 목소리 수렴 부작용 최소화 노력을
 대한전문건설협회 울산시회가 국회에 건설산업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년부터 시행된 전문·종합 간 상호시장 진출로 인해 전문공사 물량의 30%를 종합건설업체에 잠식당하면서 지방의 중소 전문건설업체는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업역제한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복합공종은 종합업체가, 단일공종은 전문업체가 수행하는 종전의 업역별 시공체계를 복원해 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정복 국회의원에게 조현철 울산시회장이 직접 건의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격이다. 

 국토부는 종합업체의 저의 하도급 관행을 막고 전문건설업체도 종합건설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설명이지만 지역의 분위기는 싸늘한 듯하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은 규제는 서둘러 혁파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정책이나 제도라면 아무리 좋은 취지도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는 얘기다. 업계도 어깃장만 놓을 게 아니라 냉정하게 실리를 챙기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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