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이중언어 교육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이중언어 교육
  • 이영숙
  • 2022.05.1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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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담론]이영숙 울산 북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이영숙 울산 북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이영숙 울산 북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뺨에 닿는 바람이 유난히 보드랍다. 하늘은 산과 푸르기 시합이 한창이다. 햇살은 따사롭고 눈앞에 펼쳐진 들판은 마음을 맑게 한다. 계절의 여왕에 걸맞은 풍경이다. 


 그뿐인가. 끝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동안 우리를 옭아맸던 코로나19도 맥을 못 추는 중이다. 덕분에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는 시절이 5월이어서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5월은 만나서 함께 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기념일 순서대로 보자면 아이들과 부모에 이어 선생님들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기다. 모두가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정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심지어는 세계인의 날까지 사람들과 어울려서 치르는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5월. 센터에서도 회복되는 일상의 영역을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정부의 허용 방침에 따른 것이지만 책임자로서 날마다 살얼음판을 딛는 심정이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니 아직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시기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업들이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직원뿐만 아니라 사업대상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드나드는 중이다. 누가 확진이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순간순간 가슴이 철렁한다. 그나마 바이러스도 지쳤는지 힘이 많이 빠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런 필자의 염려는 아랑곳도 없이 센터는 오늘도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의 함성과 엄마들의 재잘거림으로 활기차다. 불을 켜지 않아도 밝고, 햇살이 비치지 않아도 따듯한 느낌이다. 얼마나 그리웠던 모습인가, 하는 생각에 자잘한 걱정은 스스로가 금세 노파심으로 밀어놓는다.


 이날은 이중언어 수업이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엄마 나라의 말을 배우는 아이들. 학교에서는 한글과 우리말을 배우고, 센터에서는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쉽게 익히게 하기 위해서 가정에서는 엄마 나라 언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도 이 교육의 방향 중 하나다. 덕분에 아이는 자연스럽게 2개국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여간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일반 아동들에게 외국어 하나 가르치기 위해서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붓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민자 자녀들은 덤을 얻는 행운을 생활에서 누리는 셈이다. 


 물론 엄마들의 자세에 따라 다르다. 오히려 한국말이 서툴게 될까봐 아이의 이중언어 수업을 신청하지 않는 이도 있다. 집에서도 엄마의 서툰 한국말을 그대로 따라 배워서 말이 어눌한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나마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글로벌시대를 인지한 이민자 엄마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엄마들은 열정이 넘치고 자녀교육에 최선을 다한 결과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아이들에게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행운을 안겨주게 된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당당하다. '다문화'라며 따돌림을 당하기보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친구들이 몰리는 아이도 있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니다. 드물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센터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처음에는 이주여성 정착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듯, 지구촌이 현실화된 만큼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의 활약도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엄마들에게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무조건 이중언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의 앞날도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민자들의 자세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적은 취득했음에도 자라나는 자녀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서툰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이민자 엄마들. 그동안 등한시했던 한국어 교육을 받으러 센터를 찾아오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연말에 있을 올해의 사업발표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국어 수강자들의 수기발표 및 구연동화, 아이들의 이중언어 발표, 악기연주 및 장기자랑, 그리고 뜨게방 작품과 캘리그래피 작품까지 전시했던 작년 발표회가 저절로 떠올라서다. 몇몇 아동들이 올라왔던 무대였다. 익숙치 않는 자리라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그동안 배우고 익힌 실력을 또박또박 이어가는 것이 참으로 기특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초등학교 2학년생이 유창하게 또박또박 구사한 중국어는 통역사 수준이었다. 박수가 쏟아지자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엽던지. 올해도 더 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질 것을 기대하자니 벌써부터 연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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