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태선 중구 복지환경국 환경미화과장  

어린 시절 빈 병을 모아 동네 슈퍼에 가져다주고 사탕이나 과자 등으로 바꿔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 때문에 길거리에 버려진 빈병을 열심히 모은 적도 있었고, 찰칵찰칵 엿장수의 가위소리가 골목길에 울리면 행여 놓칠세라 뛰어나가 모아 두었던 깡통이며 구멍 난 고무신을 몽땅 주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요즘 MZ세대는 '라떼는~'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빈곤하고 자원이 귀한 우리나라에서 필연적인 자원순환 실천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예나 지금이나 자원 순환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다.
 
배고픈 시절에는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빈 병이며 깡통을 찾아다녔다면 지금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또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자원 재활용을 실천해야 한다.
 
'친환경 시대'를 넘어 '필환경 시대'가 된 것이다. 올바른 자원 재활용을 위해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여러 자원 가운데 투명 페트병은 고품질 재활용 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매우 높아 분리배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투명 페트병은 세척과 가공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의류 원단인 폴리에스터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500㎖ 투명 페트병 15개로 반팔 티셔츠를, 20개로 긴 바지를, 32개로 긴소매 기능성 윗옷을 만들 수 있다.
 
국방부와 경찰청에서는 앞서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기능성 의류를 시범 구매해 보급하기도 했는데 기존의 옷과 비교했을 때 재질과 성능 면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에서 옷뿐만 아니라 가방, 옷걸이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
 
쓰레기로 버려질 투명 페트병이 작은 실천을 통해 비바람을 막아주는 옷과 쓰임새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자원 재활용에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다. 우리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힘써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는 고품질 재활용품 생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연간 7만 8,000t의 폐페트병과 재생원료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사용되는 페트병은 약 29만t에 달한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재활용되지만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되는 건 10%에 불과하다. 
 
페트병을 고품질 재생원료로 사용하기 힘든 이유로는 페트병의 재질과 잘못된 분리배출 습관 등을 들 수 있다. 다양한 색상으로 된 페트병과 띠지(라벨)가 붙어있거나 씻지 않고 배출한 페트병은 재활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페트병을 생산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미 발 빠르게 유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전환하고 띠지(라벨)를 없애거나 떼기 쉬운 소재로 제작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소비자가 친환경 업체의 생산품을 애용하고 더 적극적으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실천한다면 폐페트병 수입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까?
 

일상에서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가 잘 이루어진다면 국내에서 10만톤 정도의 고품질 재활용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수입도 줄이고 환경도 살릴 수 있다.
 
중구는 정부의 환경 보호 정책에 발맞춰 자원 재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매주 월요일 투명 페트병만 수거하는 날을 별도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수거일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은 다른 구의 수거량이 월 1톤인데 반해 중구는 4월 기준 월 수거량이 22톤으로 수거 실적이 월등하게 높다. 수거 실적이 높은 만큼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커져간다.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투명 페트병 자동 수거기기(네프론)를 운영할 계획이다.
 
네프론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재활용품 수거 기기로, 투명 페트병을 투입구에 넣으면 보상으로 개개인의 휴대폰에 포인트가 적립된다. 자동 수거기기가 도입되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재미있게 자원 순환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협조가 더해진다면 유의미한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의무임을 잊지 말자. 잘 버린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힘들고 귀찮아도 생활 속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지금부터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올여름에는 다 함께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옷을 입어보자.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