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병훈 수필가
오병훈 수필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가끔씩 골목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큰길을 두고 샛길을 찾는 것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이 조금 가깝기 때문이다. 이곳은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몇 명씩 모여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부녀자들은 일부러 피하는 편이다. 여간 바쁘지 않으면 골목을 걷지 않고 조금 돌아간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길에 침을 뱉어서 더럽기도 하지만 좁은 길을 막고 있으니 여간 불편하지 않다. 어른들이 지나가도 길을 터주지 않는 학생들과 시비를 걸 용기도 없고 출근길도 바쁘고 하여 못 본 척 지나치고 만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운다. 어린 학생들이 누구를 보고 흡연을 배웠겠는가. 최근에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쪽지를 붙여놓은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골목에서 담배를 즐긴다. 심지어 버스 정류장에서도 잠깐의 시간을 참지 못해 담배에 불을 붙이고 버스가 정차하면 불이 붙은 것을 발아래 던지고 차에 오른다. 이런 곳은 어김없이 몇 개의 꽁초가 버려져 있게 마련이다.

어떤 애연가는 흡연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흡연자들은 담배 피우는 일을 기호품이나 무슨 취미정도로 생각하는지 모른다. 이제는 금연이 먼저다. 담배는 자신은 물론 남에게 해를 끼친다. 담배가 크게 해로운지 아닌지 몰랐을 때는 흡연도 기호품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담배를 마약으로 취급하여 흡연율을 낮추려고 한다. 안 팔리는 담배는 다른 나라에 비싸게 팔아넘긴다. 왜 그런 양담배를 우리가 사야 하는가.

1988년 국내 담배 시장이 완전 개방되었다. 외제를 좋아하는 일부 한국인이 미국 담배 시장의 상당부분을 점유하며 어렵게 일해서 번 돈을 부자 나라에 바치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내 담배 시장의 40퍼센트를 양담배가 차지하고 있으니 아깝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도 보건 당국에서 금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남성 흡연율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여성과 청소년들이 오히려 높아졌기에 전체적으로 보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15세기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엄격한 흡연 예절이 있었다. 젊은이는 어른들 앞에서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서 노소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일을 맞담배질이라 하여 절대로 해서는 안 되었다. 길에 꽁초만 버리지 않아도 얼마나 깨끗하겠는가. 미화원들이 열심히 청소한다고 해도 무심코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골목은 더러울 수박에 없다. 선진국이 무엇인가. 질서를 지키고 공중도덕을 실천하는 시민들이 사는 사회가 아닌가.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는 문명사회에서 미개사회로 전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악습은 반대로 전이되기도 한다. 선량한 청소년이 문제 학생을 만나 쉽게 비행청소년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젊은이들 중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적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히피족이다. 그들은 다 헤진 청바지를 입고 남루한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의 몸짓이다. 우리는 저들의 저질 문화를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 헤진 청바지를 입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옷이란 살을 가리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장치이다. 헤지면 꿰매고 더러우면 세탁을 해 입어야 하는 것이 의복이다. 이런 행동은 나이 6살이면 스스로 익힌다. 바로 제앞가림이라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면 제 몸을 가릴 줄 알고 살이 드러나면 부끄러움을 탄다는 뜻이다. 

스페인 함대가 신대륙을 찾았을 때 아메리카 원주민으로부터 담배를 처음 경험했다. 원주민들은 주술적인 의미와 함께 담배를 같이 즐기는 행위야말로 친구로 환영한다는 뜻이었으리라. 이렇게 하여 담배를 경험한 유럽인들이 차츰 식민지에 이식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커피라는 기호음료가 에티오피아 이민족으로부터 문명사회인 로마에 전해진 것과 같다. 미개인으로부터 배운 흡연문화는 그렇게 자랑스러운 것이 못 된다.

흡연은 더 이상 권리가 아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구의 공기도 제한된 자원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있는 한 공기를 깨끗하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와 이웃을 위해서라도 금연은 당연한 일이다. 당장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내일이 바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금연의 날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