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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독자권익위원·울산불교문인협회 회장  

근래 차량 번호판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다. 사실 두어 달 전, 야간에 번호판 식별이 어려워서 사고를 내고도 당당히 도주해버린 몰염치한 차량을 찾느라 노심초사한 것을 경험한 이후부터다.그 영향으로 요즘은 운전하다가도 정지신호를 받으면 앞 차의 번호판을 유심히 확인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어떻게 보면 도주한 차량으로 인해 생긴 정신적 스트레스인 '트라우마'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트라우마의 사전적 의미는 과거 경험했던 사고나 폭행, 질병 등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와 정신에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인해 불안을 겪는 증상을 말한다. 
 
어쨌거나 야간에 운전하면서는 앞차의 번호판을 몇 미터 앞에서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앞차의 꽁무니에 바짝 차를 들이대는 바람에 운전하면서도 스스로 놀란 적도 있다. 그 경험 중에 전기 차, 수소 차 차량의 파란색 번호판 검은색 글씨가 확인하기 가장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4년 번호판이 처음 도입됐다고 한다. 그 후 1921년 네모난 표지판에 숫자를 써넣은 규격번호판이 등장하면서 번호판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때로부터 120년이 지난 지금은 차량 번호판이 매우 복잡하다. 이미 앞자리 숫자가 세 자리까지 생겼다. 그래서 한번 보고 외우기도 쉽지 않다. 또한 차량 번호판 색깔도 다양하다. 
 
우선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차량 번호판 색깔을 보면 대략 다섯 가지 색깔의 번호판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분해 보면 대중적인 하얀색 번호판 검은색 글씨는 일반 차량, 노란색 번호판 검은색 글씨는 영업용 차량, 네이비 바탕에 하얀색 글씨는 외교용 차량, 파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는 친환경 차량, 끝으로 건설기계 중장비는 주황색 바탕에 하얀색 글씨이고 임시 번호판은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이며 빨간색 줄이 사선으로 그어져 있다. 
 
평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인터넷 등을 뒤져서 찾고 보니 제법 가지 수가 많은데 놀랐다. 그중에서 다른 번호판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전기, 수소차 번호판이다. 야간에 매우 식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들 차량 번호판의 색깔을 파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한 것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해당 운전자에게 친환경 자동차를 타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정부도 이들 차량 번호판이 야간에 식별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지난 2017년 전기자동차 번호판에 국내 최초로 재귀반사식(역반사식) 필름을 적용했다. 이는 재귀반사식 필름이 빛을 비추는 방향으로 다시 반사되는 성질이 있어 야간에 앞 차량의 번호판을 더 선명하게 불 수 있고 추돌사고를 예방하고 번호판 위조, 변조 방지에 큰 도움이 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칫 시야를 가리는 비가 내리거나 하는 야간에는 이들 차량이 접촉사고 등을 내고 도주해도 식별이 어려워서 피해를 입은 차량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앞으로 전기, 수소 차량의 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처럼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할수록 상대적으로 이들 차량 대수는 늘어날 것이 명확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차량 번호판의 색깔을 야간에도 확실하게 식별 가능한 것으로 바꾸든지 해야 한다. 
 
현재도 어떤 차량이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 피해자가 도주한 차량의 번호를 확인하지 못했을 때는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파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제작된 전기, 수소 차량의 번호판은 향후 엄청난 대수로 늘어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여러 가지 색깔로 차량 번호판을 구분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번호판을 복잡하게 할 것이 아니다. 또 색깔을 다양하게 할 것이 아니라 야간이나 비가 내리는 등의 악조건 상황에서도 차량 번호판이 확실하게 확인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번호판 체계인 것이다. 벌써 국내서 상용되는 차량 번호판 색깔이 다섯 가지다. 지금이라도 관계기관에서는 무지개 색깔처럼 빨주노초파남보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가장 단순하게, 그리고 식별이 쉬운 차량 번호판으로 바꾸려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차량 번호판은 어떤 경우에도 확인이 쉬워야 사고를 내고도 도주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차량 번호판은 단순할수록 좋다. 차량 번호판이 복잡해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차량번호판 색깔부터 단순화하는 교통정책이 절실하다. 오는 7월부터 정부는 기존 페인트식과 재귀반사식 필름 방식 중 하나를 차량 소유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유자는 비용 발생이 적은 것을 택할 것이 분명한데 이런 정책보다는 식별이 분명한 번호판을 강제로라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 국민 안전을 위한 최상의 선택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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