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콩닥거리는 가슴 / 윤동미 지음
콩닥거리는 가슴 / 윤동미 지음

콩닥콩닥

봉지가 뚫려
쏟아진 깜장 콩

이때다 싶어
있는 힘 다해
데굴데굴 굴러갔다

-난, 식탁 아래 숨을 테야
-난, 멀리 소파 밑까지 갈 거야
-난, 냉장고 밑으로! 다들 조심해!

힘센 청소기에
모두 잡혀갔지만
깜깜한 냉장고 밑에 숨은 콩은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아직 숨바꼭질 중

옹기종기
 
작달막한 녀석
한쪽 귀가 떨어진 녀석
단장하니 반들반들한 녀석
고약한 냄새가 몸에 밴 녀석
구석에 거꾸로 코 박고 있는 녀석
옆구리에 금이 간 채 속이 텅 빈 녀석이
 
비도 같이 맞고
눈도 같이 맞고
아카시아 향기도 같이 맡고
귀뚜라미 소리도 같이 들으며
장독대 마을에서
몇 년째 다툼 한번 없이 산다

봄비, 이름처럼 온다
 
곱게도 온다
새순
꽃잎 
다칠까 봐
 
조용하게도 온다
새순
꽃잎
시끄러울까 봐
 
우리 어린이들은 어느 때 가슴이 콩닥콩닥할까요? 어른들은 알고 있지만 모른 척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하기 싫은 공부에서 벗어날 때 어려운 시험에서 벗어날 때 신나게 행복하게 가슴이 콩닥콩닥합니다.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어른들이 잠깐 여유를 가지고 우리 어린이에게 공부 말고 시험 말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면 어린이가 평소에 알지 못했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소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을 텐데요. 어른들의 조급함에 어린이의 행복이 빼앗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윤동미 시인의 동시를 읽고 저도 어른으로서 조급함을 조금 덜어내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옹기종기 장독대라는 말에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가족애를 느껴봅니다. 

 요즘 항아리들이 모여 있는 장독대를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에서는 보기가 힘들어 그런지 그리움 가득한 고향이라는 단어로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어린이에게는 더욱 그러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순 다칠까 봐 꽃잎 다칠까 봐 곱게 내리는 봄비처럼 우리 어린이도 고운 마음으로 늘 즐겁게 콩닥거리는 가슴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윤동미 시인의 콩닥거리는 가슴 동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