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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일으킨 국제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으로 울산 지역 주력산업계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다만 업종별로 희비가 크게 갈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전방 산업 수요 확대 등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하반기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로 인한 수요 위축, 글로벌 업체의 설비 재가동으로 인해 실적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원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석유화학 4사(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의 2·4분기 실적이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들 업체의 2분기 실적을 각각 8,839억원, 698억원, 3,483억원, 1,536억원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8.69%, 88.25%, 53.79%, 30.52% 줄어든 수치다.

 세계 경제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됨에 따라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화학 제품은 소비재, 자동차, 건설, 섬유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제품 수요가 글로벌 경제 성장률과 어느 정도 동행하는 경향이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선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 각국의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 중국의 높은 화학 제품 재고 수준 등을 고려하면 급격한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조선업도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 후판 가격이 또 올라 추가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하면서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매출액은 18조2,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971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개월 전 전망치인 연간 영업이익 46억원에서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실적 전망치가 하락한데는 후판 가격 인상 영향이 크다. 최근 선박용 후판 공급 가격이 t당 10만∼15만원 더 비싸졌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수익성 개선을 노리던 조선업계는 또다시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조선사들은 원가 요인이 변동되면 변동분만큼 충당금을 설정해 실적에 반영한다. 비용이 증가할수록 충당금도 는다.

 후판값 인상 등 원자재값 상승뿐만 아니라 각종 대외 불확실성도 조선업계를 노심초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100일을 넘기며 러시아에서 수주한 선박의 결제대금을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 조선 3사는 모두 러시아 수주물량을 갖고 있다. 수주금액은 한국조선해양이 약 6,000억원, 대우조선해양 약 2조300억원, 삼성중공업 6조3,500억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보릿고개'에서 벗어났지만, 실적 개선은 아직도 먼 길이다. 최근 후판 가격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업계는 최대 영업이익에 표정 관리 중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증가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정제마진에 힘입은 결과다. 업계는 당분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은 2분기에 1조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S-OIL도 2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4조원을 넘겨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이란 전망이다.

 실적이 지주사에 포함되는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등도 전분기 기록을 넘어서는 호실적이 예상된다.
 유가가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6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2.87달러였다. 전년 동기(1.4달러) 대비 무려 16.3배나 높다. 지난달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24.2달러)에 다시 근접했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정유사 마진을 뜻하는데, 손익분기점은 5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정유업계에선 "6월 유가도 견조해 정유업계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여부 보다는 서프라이즈 정도가 궁금한 상황"인 분위기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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