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박정옥
  • 2022.06.28 20:22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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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1945년 충남 서천 출생.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작품 활동 시작.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이후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수십 권의 시집을 펴냈음. 충남문인협회장, 공주문인협회장, 공주녹색연합 대표, 공주문화원 원장, 계간 '불교문예' 편집주간 등을 지냈다.
 

박정옥 시인
박정옥 시인

생의 전반에 걸쳐 시인의 철학이 압축된 메시지다. 나이 들면서 휘발되는 기억력 때문에 '엔간한 것'은 그냥 놓아 버리게 되는 요즘에 위로가 되는 시다. 무엇을 해 볼라치면 예전에 보았거나 했던 것들을 죄다 불러와 다시 판을 깔아야만 되었다. 책을 읽는 것도 그렇다. 읽다가 저만치 밀쳐놓고 다른 볼일을 보다가 책을 붙들면 처음부터 더듬어야 되는 식이다. 


 체력이 딸려 끈기가 없어지니 정해진 패턴으로만 살게 되는 일상이 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잘 하려고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으니 이 시를 읽으며 비로소 숨을 쉬게 하는 구간을 발견하고 멈춰야하는 쉼의 자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이 사십이 다 되어 가도록 장가들 생각이 없던 아들이 불쑥 찾아와서 결혼을 해야겠다고 했다. 모든 것은 다 알아서 할 테니 전혀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 왔다. 결혼 날짜 잡고 식장 구하고 웨딩촬영도 끝냈고 신혼집 이사도 했고 혼인신고도 했고 그야말로 둘이서 하나처럼 뚝딱뚝딱 처리를 하고 가을명절 후에 식만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만나서 식사한 것이 전부다.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마라. 며칠 전 접촉사고가 났지만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늘은 돼지 소 잡는 데이' 라는 카톡 광고에 시간 맞춰 장을 보고 생선이 신통찮아 재래시장에 갔다 오면서 기름 값 더 오르기 전에 주유를 하고서 골목길 사거리에서 접촉사고를 냈다. 잘 하려고 하는 마음 앞에는 조급함이 있었던 것이다. 얼갈이김치를 오늘 중으로 담궈야 하고 원고마감 날짜를 지켜야하는 머릿속의 지도를 따라간 것이 탈이 났지 싶다. 


 얘들아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오늘을 믿고 자신을 믿는 삶을 살아줬으면 한다. "지상에서의 힘들지만 아름답고 서러운 날들 모두 여전히 반짝이는 날이고, 숨 가쁘도록 벅찬 날" 이라는 시인의 글이 환하게 박힌다.  박정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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