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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실시한 것은 기준금리를 정책 수단으로 도입한 2008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3월과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남아있던 2009년 1~2월 등 시기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한 경우는 있었으나 올린 적은 없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6%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을 먼저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기록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에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을 하지 않으면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년 뒤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지난달 3.9%로 전월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한달 만에 0.6%포인트 오른 것은 2008년 통계집계 이후 처음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자기실현적 기대 경로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물가가 오르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 서비스, 임금 등의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문제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또한 기업들이 견딜 체력이 있느냐는 점도 또 다른 고민거리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 지속과 함께 법인세율 인하 등 기업들의 조세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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