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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재호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19세 이상 가구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울산광역시에 거주하는 가구주의 81.1%는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 73.6%보다 7.5%p 높은 수치여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서는 양호하다.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8.9%다. 울산에서 '준비돼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68.8%는 국민연금이라고 응답했고, 예금·적금·저축성보험이 8.0% 등으로 나타난다. 노후준비로써 충분한지 아닌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10명 중 8명 이상이다.

60세 이상 울산광역시 인구를 대상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에 대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0.0%는 '본인 및 배우자가 부담'하며 '자녀나 친척 지원을 받는다'는 응답은 13.8% 정도다. '정부나 사회단체의 지원을 받는다'는 응답은 6.2%로 나타난다.

현재 '자녀와 같이 살고 있다'고 응답한 60세 이상 인구는 29.7%다. 10명 중 3명 정도다. 이 가운데 '본인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21.6%다. 그런데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거한다'는 비율이 이보다 더 높은 27.6%에 이른다. 이 비율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녀로부터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사람보다 자녀에게 도움을 주며 생활하는 60세 이상이 더 많다는 것이다.

자녀와의 동거 의향에 대해 76.6%는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물론 이 수치에는 따로 사는 것이 편하다거나 자녀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도 있다. 

그러나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의 이면에는 자녀의 독립생활이 가능하기를 바라는 60세 이상의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도 함께 나타나 있다. 울산의 60세 이상 10명 가운데 1명(9.6%)은 '취업알선'을 '받고 싶은 복지서비스'로 응답하고 있으며 '취미·여가 프로그램(7.3%)을 받고 싶다'는 것보다 높게 나타나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보인다.

우리 민법에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간에는 부양의무가 있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법 조항이 아니더라도 자식 생각하는 부모 마음이야 나이가 많든 적든 건전한 상식과 가치판단을 지닌 사람이라면 평생 돌보고 보듬어주고 싶을 것이다.

법이라는 잣대에 따라 보면 부양의 의무는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경우'에 한정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조사 과정에서 '취업할 때까지',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결혼할 때까지' 등 아주 다양하게 나타난다. 정말 자녀에 대한 부모의 돌봄은 어디까지일까?

시대가 변하고 사회 인식도 많이 달라지면서 자녀에 대한 양육 기간은 늘고 부모 부양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이른바 '낀' 세대의 목소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낀' 세대의 범위를 한정하기에 쉽지도 않지만 굳이 설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우리 스스로 특정 사안에 대해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하면 그가 바로 '낀' 세대의 당사자인 셈이다. 물론 이미 성장한 자식 뒷바라지에 부모를 봉양하는 사람이라면 더 공감할 문제일 것이지만 말이다.

성장한 자녀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자녀의 독립된 생활을 위해 애쓰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단편의 문제는 아니다. 출산과 육아, 교육 문제에 대한 제도, 노년층, 청·장년층을 위한 세대별 정책들과 서로 얽혀 있다. 그만큼 복잡하고 연계성이 강해서 하나의 문제로만 인식할 수도 없다.

베이비부머세대, X세대, M세대, Z세대 등 세대가 처한 어려움을 한데 묶어 스펙트럼 인식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세대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다. 여러 문제는 어쩌면 생각보다 단순한 원인에서 시작됐기 때문일 수 있다. 최초의 원인을 발견하고 근본 치유가 가능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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