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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다운중학교 행정실장
조영미 다운중학교 행정실장

자기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고 일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공무원을 선택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유지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각종 홍보물을 인쇄하는 기획사에서 2년간 일하고 있었다. 주말 없이 새벽에 퇴근해서 아침에 다시 출근하는 그런 일터에서 생활하다가 불현듯,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 쉴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며 들어온 이곳도 해야 할 업무는 많았다.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노안도 왔고 전날 밤을 새우면 다음 날 탈이 나버리기도 하는 증상이 몸의 곳곳에서 발생했다. 컴퓨터 앞에서 집중해서 몇 시간 보면 머리가 어질해지기도 했다. 이런 몸의 신호들로 '열심과 성실'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태도도 어느 사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린이놀이시설 안전 검사를 받게 되었다. 어린이놀이시설은 안전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2년에 1회 이상 정기 시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 검사 담당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검사하는 분이셨는데 컴퓨터를 연결하여 무게추를 떨어뜨리며 놀이시설 매트 탄성이 기준치안에 들어오는지, 놀이기구 사이가 일정 간격 이상으로 떨어져 있는지, 튀어나온 위험한 것은 없는지,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살피는 담당자의 시선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검사에만 끝나지 않고 학교 담당자에게 챙겨야 할 것도 알려주었다. 

 이날 안전 검사 담당자의 태도에, 시들한 내 마음이 파동을 쳤고 단단한 기준 하나가 생겼다. 표시 나지 않더라도 이 일이 주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일임을 기억하고 성실히 주위를 살피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행정실장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 연수가 있었는데 그때 강사로 나온 분이 자신은 건설사를 운영하는 사장이었는데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을 보고 안전에 대해 깊이 있게 자각해 미국으로 유학 가서 직접 배우고 왔다고 한다. 

 대구 지하철 사고에서 살아남은 한 학생의 인터뷰가 그를 안전 전문가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 학생은 연기가 자욱한 지하철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과 코를 막고 재빨리 낮은 자세를 취해 지하공간을 빠져나왔는데 외국에서 안전교육을 몸에 밸 때까지 체득하여 이렇게 재해 상황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의 인터뷰는 그를 건설사 사장에서 안전 전문가로 바꾸게 하였다.

 2018년 경남 도내의 한 중학교 학생이 학교 운동장에서 넘어진 농구대에 깔려 죽은 사건이 있었다. 농구대가 태풍으로 한차례 넘어졌는데 넘어진 농구대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체육시설 안전조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었던 교직원들은 단순하게 농구대를 세우는 것으로 일을 끝마쳤고 멀쩡히 세워진 농구대에서 덩크슛을 넣던 학생에게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안전교육을 받으면서 듣게 되는 사고 소식으로 행정실장들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이런 사고들 후 듣게 된 사고현장의 행정실장들이 받게 된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행정실장이라는 자리에서 벗어나고픈 생각마저 들게했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는 안전사고 예방교육과 예방훈련, 안전지식 습득으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안전사고의 이상징후는 몇 차례 드러난다. 이 이상징후를 감지한 모든 사람은 적극적으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은 이 일과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이상징후를 놓쳐버린다면 문제는 심각해지지만, 학교 안 안전에 관심을 가지는 몇 겹의 사람들이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학교 안 사고는 100%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 검사에 진심인 그 안전점검 담당자, 이 사회에서 필요한 안전 지식을 널리 전하고자 한 안전 전문가, 모두 자기 일에 진심인 분들이셨고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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