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간 이는 봤어도 나오는 이 없었다는 옛 고려장터의 전설
들어간 이는 봤어도 나오는 이 없었다는 옛 고려장터의 전설
  • 진희영
  • 2022.11.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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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전설따라] 13. 배내봉 저승골
저승골 초입에서 바라본 저승골 경관.
저승골 초입에서 바라본 저승골 경관.

들어가는 사람은 봤어도 나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저승골! 제발 저승골에 가지 마시라! 

# 살아있는 듯 굽이치는 바위·볕도 안 드는 협곡
저승골은 전형적인 V자형 협곡으로 배내봉에서 간월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골짜기로 급경사가 심한 곳이다. 

저승골의 지명은 고려장(高麗葬)에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고려장은 늙은 부모를 산속의 구덩이에 버려뒀다가 죽은 뒤에 장례를 지냈다는 풍습으로 70살이 된 늙은 부모를 풍습대로 자식이 지게에 지고 산속 깊은 곳에 버리고 돌아오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노인들은 굶어 죽거나 맹수들의 밥이 되기도 했다는 설화다. 

저승골은 크고 작은 돌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곤두박질치기가 일쑤고, 등로(登路)는 초입을 제외하고는 거의 길 표시가 없는 곳이다. 눈대중으로 계곡을 타고 올라야 하고, 직등이 불가능한 곳은 우회하면서 올라야 한다. 군데군데 가로막고 있는 폭포를 우회하는 길 역시 급경사의 산비탈을 오르내려야 하는 등 마치 저승의 불가마 속으로 접어들듯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올라갈수록 협곡은 좁고 음산하며, 마치 호리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햇빛조차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저승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승골 관문인 저승문 폭포.
저승골 관문인 저승문 폭포.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마을을 지나고/들을 지나고/산자락에 휘감게/숲길이 짚어지자/아이고머니나/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봄 구경 꽃구경 눈감아 버리더니/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 하시나요?//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너 혼자 돌아갈 길이 걱정이구나./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김형영 시인의 '따뜻한 봄날'의 전문을 소리꾼 장사익이 곡(曲)을 붙여 '꽃구경'이라는 제목의 노랫가락으로 만들어 세상에서 제일 슬픈 꽃구경처럼 피를 토하듯 독특한 가창력으로 노래한다. 그 옛날 고려장 하기 위해 노모를 업고 산으로 가는 아들의 등에서 고려장을 당하는 노모가 혼자 내려갈 아들이 행여나 길을 잃을까 솔잎을 뿌린다는 가슴 찡한 모정을 내용으로 한다. 
 

갈림 계곡에서 저승골로 향해는 산객들.
갈림 계곡에서 저승골로 향해는 산객들.

# 고려시대 전염병 환자 산속 격리 장소 추정
고려장은 지방에 따라 고래장, 고리장, 고린장, 고림장, 고름장이라고도 한다. 특히 고래장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곡강(曲江)'의 한 구절이다. 사람이 칠십까지 살기는 예부터 드문 일이니 즐겁게 지내자는 뜻이 담긴 '인생칠십고래희'가 노인을 갖다 버리는 '인생칠십고래장'으로 변한 것으로 고려장이라는 말은 옛날 자료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고려 시대까지 '병자'를 산속 깊은 곳에 내다 버리는 풍속이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병자란 나병 같은 전염병(傳染病) 환자를 격리해 살게 했던 풍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아마 저승골도 고래장을 했던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또한, 고려장의 풍습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고분을 도굴하려고 일부러 퍼트린 소문으로 고려장 이야기를 만들어 조선총독부가 앞장서서 보급하고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저승골폭포 여름모습.
저승골폭포 여름모습.

# 고려장도 '인생칠십고래희'도 모두 옛말
그러나 필자가 영남알프스 인근 고래장에 관한 이야기를 채록하려 다니면서 들은 바에 의하면 일제 강점기 이전에도 고려장 이야기는 있었다고 전한다. 가까운 청도 매전면 내리(內里)에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고려장 이야기와 고려장 굴이 전해져 내려온다. 청도 육화산 아래 안 내동에는 마을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인 큰골이 있는데, 큰골 동북쪽 골짜기를 이곳 사람들은 고려장곡(高麗葬谷)이라 부르고, 여기에 있는 구리낭굴 부근을 고려장터로 알고 있다. 또한, 밀양시 가곡동 멍에실 마을의 망우곡에도 비슷한 전설이 있으며, 경주시 서면 사라리의 고려장터도 있었다고 전한다.

1963년에 제작된 한국 영화 김기영 감독, 김진규 주연인 '고려장(高麗葬·사진)'은 무당이 지배하는, 찢어지게 가난한 화전민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고려장에 관한 이야기를 섞어 만든 작품으로 그 마을에서는 사람의 나이 70이 되면 산 채로 업어다 버리는 폐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폐습이라기보다는 워낙 식량난에 봉착한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하나의 계율이었다. 

또한, 2013년 교통사고로 숨진 청도 원제리 출신의 박철수(朴哲洙) 감독이 만든 자전적 영화 학생부군신위(學生府君神位)도 고려장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판 고려장 영화로는 이마무리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20여 년 전 가난에 시달리는 한 마을엔 일흔이 되면 나라야마 산으로 가야한다는 전설이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69세인 오린은 나라야마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녀는 이번 겨울 나라야마에 갈 것을 알린다. 그런 어머니를 쓸쓸한 눈으로 바라보는 오린의 맏아들 다츠헤이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내일 새벽 난 나라야마에 갈 거다. 사람들을 불러 다오" 그날 밤, 산에 가기 위한 행사가 이뤄진다.

나라야마의 정상에서 삶을 마감한 노인에게는 천국이 기다린다는 전설과 어머니를 업은 새벽, 아들은 눈물은 머금은 듯 붉어진 눈을 부릅뜨고 정상으로 향한다.

이렇듯 고려장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제 영화로 만들어진 것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중국, 일본, 몽고, 시베리아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과 중동 지역에도 비슷한 설화가 있다.

저승골폭포 겨울모습.
저승골폭포 겨울모습.
진희영 산악인
진희영 산악인

# 건강 보살펴 100세시대 잘 맞이하길
흔히 우리가 아는 고려장이란 이야기는 고려 시대 풍습으로 '부모가 늙고 더는 노동능력이 없으면 자식이 지게에 지고 가서 산에다 버리거나 땅에 움막 같은 토굴을 만들어 구멍을 뚫어서 음식을 넣어주고 죽으면 그 자리에 그냥 묻어 무덤이 되는 것이다'로 알고 있다. 

그러나 두보가 말한 '인생칠십고래희'는 까마득한 옛이야기다. 지금은 건강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수명은 2배 이상 연장됐고, 150세까지 장수를 누릴 첫 번째 인간이 이미 탄생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병약한 상태로 100세를 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규칙적인 운동과 정기적인 건강검진 등으로 자신을 잘 보살피며 건강 100세의 시대를 맞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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