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정남 울산시 시민건강과장
서정남 울산시 시민건강과장

얼마 전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화상 환자가 1차 처치만 받고 울산이 아닌 다른 지역의 화상전문병원에 이송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이 '울산에서 화상치료는 불가능한가' 하고 문의를 했다. 

 오늘 당장이라도 사고가 발생해서 화상환자가 발생하면 경미한 환자(1~2도, 표재성 화상)는 지역 내 치료가 가능하지만,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3도 이상 환자(심재성 화상)는 다른 지역의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답해 줄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의료 환경이지만 사고 발생시 가장 먼저 도착하는 119소방 구조대는 화상환자 발생의 경우 초기대응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여 응급처치를 우선 받도록 대처하고 있다. 각 의료기관에서는 1차 응급처치를 마친 중증 화상환자의 경우 장거리 이송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서 부산이나 대구 등에 있는 화상전문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화상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 전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72시간 골든타임을 놓쳐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울산은 대규모 석유화학공단이 있어 폭발화재 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고 해마다 크고 작은 화재 및 폭발사고로 화상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형사고 발생 때마다 울산지역 내 화상전문병원 설립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으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전문병원 균형성 확보 및 육성과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완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법 제3조의5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전문병원 지정은 매년 의료기관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환자 구성 비율, 의료질 평가 등 7개 지정 기준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서류심사 및 현지조사,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절, 뇌혈관, 심장, 수지접합, 화상 등 16개 분야의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내 화상전문병원 지정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전문 의료기기 구비 등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전체 화상 환자 수도 적고 화상 환자의 특성상 치료기간이 길고 투입되는 의료 인력도 많아 병원 경영면에서 적자이기때문에 전문병원 신청을 꺼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전국에 화상전문병원이 5개(서울 2, 청주 1, 부산 1, 대구 1)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지역의 의료계 관계자는 “울산은 기존 부산·대구 화상전문병원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강화 되지 않는 한 민간 병원입장에서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공공이 나서야 한다"라는 의견이다.

 석유화학공단에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화학물질, 가스가 저장된 탱크가 몰려 있는 산업도시 울산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공공의 차원에서 화상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된 공공병원 하나 없는 울산에서는 현실적으로 시행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지 어언 4년이 되었지만 울산의 공공의료 인프라는 실제로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여전히 민간병원에 100%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상시 공중보건위기 및 재난상황 등을 대비하고자 우리 시는 2021년부터 울산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경제성 논리에 가려서 그 결과를 아직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그나마 다행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오는 3월에 착공하여 2026년 상반기에 개원 하는 것이며 공공성과 진료 역량을 모두 갖춘 울산의 첫 번째 공공병원이 될 것이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개원이 되면 민간병원이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접근이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서나 소방서를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 것처럼 시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공공병원을 짓고 운영하는 것에 더 이상 경제성 논리가 작동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