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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순태 시인·울산작가회의 회장
도순태 시인·울산작가회의 회장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합니까? 당신은 어느 계절을 좋아합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며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어 난감할 때가 있다. 좋아했던 것이 좋아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애하면 쉬운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한쪽만 보게 되니 말이다. 조용미 시인의 '연두의 회유'시에서 본 연둣빛을 찾아 봄날을 쏘다니게 될지도. 

연두의 회유
-조용미

당신과 함께 연두를 편애하고 해석하고 평정하고 회유하고 연민하는 봄이다
 

물에 비친 왕버들 새순의 연둣빛과

가지를 드리운 새초록의 찰나

 

당신은 연두의 반란이라 하고 나는 연두의 찬란이라 했다 당신은 연두의 유혹이라 하고 나는 연두의 확장이라 했다

당신은 연두의 경제라 하고 나는 연두의 해법이라 했다

 

여러 봄을 통과하며 내가 천천히 쓰다듬었던 서러운 빛들은 옅어지고 깊어지고 어른어른 흩어졌는데

 

내가 아는 연두의 습관

연두의 경제, 해법

 

연두의 찬란을 목도한 순간, 연두는 물이라는 목책을 둘렸다

 

저수지는 연두의 결계지였구나 당신과 함께 초록을 논하는 이 생이 당신과 나의 전생이 아닌지도 모른다

 한 대상을 편애하고 해석하고 평정하고 회유하는 순간이 온다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야 할까.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관찰이 필요할까. 그렇게 봄을 보는 시인의 눈은 오래 보고 깊은 생각으로 봄을 말하고 있다. 

 이른 꽃들이 피고 지고 순서를 지키며 봄을 불러들이지만 아직 바람이 찬 기운을 안고 오기도하고 봄 햇살은 완연한 따뜻함을 보내지 못하기도 한다. 그 분위기에서 연두는 햇살보다 더 따스한 색감으로 봄을 불러오곤 한다. 연두는 어느 색과도 비교 우위인 봄을 알리는 제격인지도 모른다. 봄 햇살 환하게 연두에 내릴 때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무엇으로 말 할 수 있을까. 또한 메마른 나무를 뚫고 뾰족이 내미는 연두를 무엇이라 표현하면 더 좋을지. 봄이 오는 색으로 단정 지어 보자. 참으로 연두는 봄 같은 조신한 계절을 반란처럼 들여다 놓는 것인지 모른다.

 새순의 찰나의 그 순간, 연두를 경제, 해법, 찬란, 유혹, 확장, 습관을 상상하는 이 기발한 유희가 어쩜 시인의 내밀한 봄이 아닐까. 연두에서 초록으로 가는 깊은 봄 보다는 연두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순간에 대한 또 다른 편애의 한시적인 고차원적 봄의 예찬일지도. 그렇게 시인의 봄은 연두에서부터 자신의 상상에서 오는 확장된 사유를 즐기는 '연두의 찬란을 목도한 순간, 연두는 물이라는 목책을 둘렸다'고 한다. 물속의 왕버들 연둣빛과 봄 햇살 앉은 물빛의 아른거림이 훤히 보여 더욱 봄 한 장면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해법이 되기도 하는 .

 봄이 하루하루 따뜻함을 내려놓는다. 저 따뜻함들이 연두를 초록으로 진행하여 완연한 봄날을 지천에 풀어 놓는다 해도 시인이 편애하는 연두는 결계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음 좋겠다. 그래서 좋아하는 색이 전생이던 이생이던 같아서 더 많이 논할 수 있는 봄빛이 되었으면 한다. 

    조용미 시인은 1990년 '한길문학에'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당신의 아름다움' 수필집 '섬에서 보낸 백년' 등이 있다. 2005년 김달진 문학상. 2012년 김준성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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