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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가 들려주는 삼국유사 (96) - 원광, 유학의 길을 열다
장창호가 들려주는 삼국유사 (96) - 원광, 유학의 길을 열다

 

 

원광법사(圓光法師)는 진한사람이다. 도량이 넓고 글이 좋았다. 일찍 이름을 떨쳤으나 남진의 선승들에겐 못 미쳤다. 그가 삼기산(경주시 안강읍 두류리 금곡산)에서 4년째 수행하던 어느날 한 걸승이 원광의 토굴 옆에다 절을 지었다. 원광이 밤에 불경을 외울 때 였다. 어디선가 천신(天神)의 말이 들려왔다. 

천신은 행실과 수행이 나쁜 걸승에게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전해 달란다. 원광이 걸승에게 천신의 말을 전하자 여우 귀신의 꼬임에 속아 넘어갔다며 오히려 핀잔을 주며 무시한다. 다른날 천신이 다시 원광에게 다가와 걸승이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는 이내 하늘에서 벼락 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다음날 걸승에게 가보니 산이 무너지면서 걸승 거처하던 법당을 덮쳐 버렸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천신은 원광에게 남진으로 건너가 법문을 배워 큰 공덕을 쌓으라고 권유한다. 

원광은 25살에 진나라의 금릉(金陵, 중국 베이징시)으로 건너가 삼장(3가지 불경, 경장·율장·논장)을 통달하고 불교와 유교·도교까지 두루 섭렵하니 지금껏 알던 지식이 썩은 지푸라기였음을 깨달았다. 그 길로 구족계를 받아 도를 깨치니 제자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원광은 명성이 퍼지면서 진평왕의 귀국 요청을 받아 고국 신라로 11년만에 돌아와 정법을 가르쳤다. 당시 남진이나 수나라로 유학한 승려는 드물었으니 이후 유학 행렬이 이어졌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호거산에 위치한 운문사의 전경. 청도군 제공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호거산에 위치한 운문사의 전경. 청도군 제공

원광이 신라 삼기산에 돌아와 유학을 권유한 천신을 다시 만나 은혜에 감사하며 진용(眞容)을 뵙기를 청했다. 천신은 스스로 명이 다했다며 어느 고개에서 이별을 나누자고 말한다. 알려준 일자에 고개에 이르니 늙은 여우 한 마리가 검게 변해 죽어 가고 있었다. 이후 원광은 청도 운문사 가슬갑(가슬사)에 머물렀는데 두 선비 귀산과 추항이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니 세속오계란 계율을 전했다. 

신라가 점령한 옛 가야땅에 패권을 넘보던 백제 무왕이 제철산지가 인접한 요지 신라의 아막성(전북 남원시 봉화산)에 쳐들어 오자 귀산과 추항은 서슴없이 나란히 전장터로 나섰다. 두 젊은이는 전황이 불리함에도 오계중 마지막 계율인 임전무퇴를 지키며 물러서지 않고 목숨을 바쳐 전세를 역전시키며 승리로 이끌었다. 피로 다져진 세속오계는 신라를 빛낸 화랑의 훌륭한 수련지침서가 되었고 이후 큰 가르침을 내리거나 덕망이 높은 스님에게 국사, 율사, 법사, 대사 등 스승 사(師)자를 붙여 부르게 되었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두류리 금곡사터의 원광법사 승탑의 전경. 높이 2m 삼층탑의 1층 몸돌 4면에 문틀을 새기고 파내어 좌불상을 안치한 감실(사진 원안)이 만들어져 있다. 경주시 사진제공
경북 경주시 안강읍 두류리 금곡사터의 원광법사 승탑의 전경. 높이 2m 삼층탑의 1층 몸돌 4면에 문틀을 새기고 파내어 좌불상을 안치한 감실(사진 원안)이 만들어져 있다. 경주시 사진제공

 

왕족인 원광은 국사의 지위까지 올라 국정에 깊이 관여했으며 뛰어난 문장 솜씨로 일일히 외교문서를 살폈다. 그는 초대 풍월주를 지낸 할아버지때부터 뼈속 깊은 화랑 집안 출신이었다. 백제와 연합해 남하정책을 펼친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해 수나라에 출병을 요청한 원광의 걸사표(乞師表, 결병표 乞兵表)는 수양제가 113만 대군을 일으켜 고구려 침입하게 된 단초가 되었다. 전쟁엔 승패자가 있어 패자인 수나라는 결국 멸했으나 승자인 고구려도 중원대륙과 갈등이 깊어져 패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원광은 말년에 황룡사에 머물다 입적했는데 10일 동안 공중에 떠오르며 온몸에 광채를 발하고 은은한 향기를 내뿜었다 전한다. 소리 연기 : 장창호 극작가, 정리 :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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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보기 : 장창호TV [123] 원광, 유학의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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