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창호가 들려주는 삼국유사 (97) - 인도로 간 승려들 
장창호가 들려주는 삼국유사 (97) - 인도로 간 승려들

 

아리나발마(阿離耶跋摩)는 불교를 공부하러 당나라로 간 신라의 승려다. 627년에서 649년 사이, 당나라 장안에서 인도까지 걸어갔다. 나란타사(那爛陀寺, 인도 북구 비하르주 날란다사원)는 학승 1만명과 교수 1,500명이 있던 세계 최초의 대학이다. 먼 타지 서축국(西竺國)에서 아리나발마는 율장(律藏, 계율집)과 논장(論藏, 해설집)을 익히고, 조개 껍데기에 경전을 베껴 쓰며 정진했다. 나란타사에는 무너져 내린 기둥 옆으로 승방, 주방, 욕탕, 빨래터와 도량의 자취가 남아 있다. 

신라에서 당나라로, 당나라에서 인도까지 걸어서 간 승려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면 목숨 건 수행을 할 수 있었을까? 죽을 수는 있어도 포기할 수 없다는 싯다르타의 신념을 따르고 싶었을까? 모래바람이 이는 사막을 건너가다 목숨을 잃은 승려들이 부지기수.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도에서 공부하다가 가던 길 되짚어서 돌아온 이는 없었다. 인도로 간 승려들은 이미 길에서 영겁을 살았을 터. 돌아오지 않는다고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아쉬운 것은 그 뒷모습이다.

불타다 남은 벽돌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뿐. 무너진 나란타사의 벽돌 틈에서 민들레꽃 한 송이가 핀 사진을 본다. 신라나 당나라, 티베트의 산야에 있어야 할 민들레가 나란타사에 피어 있다. 구법승들이 지니고 간 꽃씨가 싹을 틔우고 꽃 피운, 향기로운 자취이다. 노란 등꽃을 피운 민들레처럼 부처의 지혜도 훨훨 퍼졌으리라. 

인도 비라흐주에 있는 고대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불교대학 날란다사원(나란타사 那爛陀寺) 사리탑의 모습. 위키백과 출처&nbsp;<a data-cke-saved-href="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5" href="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5" target="_blank">CC BY-SA 2.5</a>
인도 비라흐주에 있는 고대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불교대학 날란다사원(나란타사 那爛陀寺) 사리탑의 모습. 위키백과 출처 CC BY-SA 2.5    

 

별이 하나 뜨면 별 하나가 지는 법. 아리나발마가 입적한 때는 혜초 스님(704~787, 신라 성덕왕때 승려, 인도 기행문 '왕오천축국전' 저술)이 태어날 무렵이다. 간절히 고국으로 오고 싶었으나 홀연히 나란타사에서 열반한 그의 속가 나이는 70세. 그 뒤로 혜업, 현태, 구본, 현각, 혜륜, 현유와 다른 승려들이 그곳으로 갔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 위에서 새겨진 족적, 지워진 발자국, 가고는 돌아오지 못했음에도 천 명에 가까운 삼국의 승려들이 인도로 갔다. 

6세기 부터 시작된 유학 행렬, 진리를 찾아 정신세계의 관문으로 걸어간 승려들을 어찌 찬양하지 않으랴! 소리 연기 : 장창호 극작가, 정리 :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 울산신문 오디오클립 'U울림통' 바로가기 

 ▶ 영상 보기 : 장창호TV [124] 인도로 간 승려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