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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으로 내원한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는 제일병원 배상문 내과 전문의.
지방간으로 내원한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는 제일병원 배상문 내과 전문의.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에서 발생하는 질환은 보통 전조 증상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술자리가 많은 때에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장기간 음주 후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질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아 안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음주가 잦은 사람,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으로 진단받았거나 치료 중인 사람이라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배상문 과장으로부터 지방간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음주 외 비만·당뇨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

지방간은 간세포 내에 지방질이 축적된 상태를 말하며, 임상적으로 흔히 발견되는 질환이다. 지방간의 주요 원인은 음주이며 이외에 비만,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 고지혈증, 약물 등과 연관돼 발생한다. 지방증에 간세포 괴사와 염증반응이 동반된 상태를 지방간염이라고 하는데, 알코올이 원인인 경우를 알코올성 간염이라 하고, 알코올과 관련이 없으면서도 알코올성 간염과 동일한 병리조직 소견을 보이는 경우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라고 부른다. 흔히 사용되는 용어인 지방간에는 단순 지방증과 지방간염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 모두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단순 지방증과 지방간염의 감별이 요구된다.

 

비알코올성이라도 간경변증 진행 가능 

지방간의 4대 원인은 과도한 음주, 비만(복부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이다. 지방간은 그 원인에 따라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분류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하루에 40g(4잔) 이하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지방간을 말하는데, 이는 대부분 과체중, 비만(복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 요인과 관련이 있다. 드물게 피임약 등 여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에게 지방간이 나타나기도 한다. 급작스러운 체중 감소나 체중 감소를 위해 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 지방간은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지만, 심해지면 간이 붓게 되고(간비대), 피로감, 전신쇠약감,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증, 황달, 간이 있는 부위를 누르거나 두드렸을 때 통증, 열, 복수 등의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지방간은 주로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로 진단을 하게 되는데, 혈액검사에서는 혈청 GOT(AST), GPT(AST), r-GTP, ALP 및 빌리루빈 등의 수치가 약간씩 올라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음파 검사를 하면 지방간은 정상보다 혼탁해 보이는 소견을 나타내게 되고, 때때로 한두군데 뭉쳐있는 소견도 보일 수 있는데 이런 때에는 간암과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있으므로 숙련된 전문의의 판독이 중요하다.

초음파시 간암과 혼동…숙련된 전문의 판독 중요

알코올성 지방간·지방간염의 경우 일반적으로 음주력이 남성에서는 하루 60~80g, 여성에서는 20~40g을 10년 이상 마실 경우 알코올성간질환이 발생한다. 지방간에서는 경도의 AST, ALT, γ-GTP 증가를 보이고 간혹 빌리루빈(bilirubin)이 상승소견을 보인다. 하지만 지방간염에서는 AST와 ALT가 2배에서 7배까지 증가되나 400 IU를 넘지는 않고 특징적으로 AST/ALT ratio가 1 이상인 경우가 많다. 또한 빌리루빈과 알칼리 인산분해효소(alkaline phosphatase)가 흔하게 증가된다. 하지만 간경변증이 아닌 심한 알코올성 간염의 경우에도 혈액응고장애, 알부민 저하, 빈혈 및 빌리루빈치의 증가, 신기능장애 및 복수를 보여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때 알코올성 간염의 예후를 측정하는 공식인 판별 함수(discriminant function)를 계산해 32 이상이면 매우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지방간염의 경우 알코올 섭취정도, 비만 혹은 영양 실조상태 등 주의깊은 문진이 필요하고, 국내에 흔한 바이러스성 간염의 유무를 확인한 후 약물 복용 여부를 문진한다. 대부분 대사성 증후군(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및 지방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간질환을 배제하기 위한 검사로 HBsAg, anti-HCV, Anti-nuclear Ab (ANA), anti-mitochondrial Ab (AMA)를 검사한다. 알코올성 간질환과 달리 ALT가 AST보다 높다. 혈청ferritin의 농도가 증가된다. 

 복부초음파는 지방간진단을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검사로 CT스캔보다 더 예민하다. 복부 MRI가 가장 정확한 비침습적인 방법이지만 고가검사로 지방간의 진단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배상문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배상문 제일병원 내과 전문의.

약물 치료 보다 체중 감량이 더 효과적

지방간 치료 방법에서는 지방간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술이 원인일 때는 금주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술 때문에 부족해진 영양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금주와 함께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며 일시적인 알코올성 지방간은 대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음주를 하면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술을 끊더라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비만이 원인인 경우 현재 체중의 10%를 3~6개월 안에 서서히 줄인다. 너무 갑작스러운 체중 감량은 오히려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식사를 세 끼를 챙겨 먹되 한 끼의 분량을 조금씩 줄인다. 야식과 과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기름에 튀긴 음식보다 삶은 음식을, 당분이 들어간 음료수보다 물이나 녹차 종류를 마시는 것이 좋다. 음식물은 천천히 먹도록 하고, 간식 또는 과식을 되도록 피한다. 과식했다면, 평소보다 운동량을 늘려서 에너지를 더 소비하도록 한다.

 결론적으로 지방간은 다른 질병과 같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 지방간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는 동시에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아직 지방간 치료에는 약물보다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한 체중 감량이 더 효과적이다. 여러 다이어트 약제나 체중 감량 수술은 고도 비만일 경우에 전문의와 상의한 후에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이러한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체중 감량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지니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간 보호제로 알려진 약제는 간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식품이나 약물을 구입해 먹기 전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좋다.  정리=민창연기자 changy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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