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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가 환자와 약제 상담을 하고 있다. 울산대병원 제공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가 환자와 약제 상담을 하고 있다. 울산대병원 제공

뜨거운 여름이다. 물놀이, 캠핑 등 자연에서 야외 활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각종 벌레에 물리는 일도 종종 생긴다. 벌레에 물렸을 때 증상을 가라앉히려면 항히스타민제, 국소마취제, 항염증제 같은 성분의 약을 사용한다.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로부터 벌레 물렸을 때 사용하는 약의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보자

벌레에 물리면 꽤 신경 쓰일 정도로 가렵고 아프기에 가정에서도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을 한두 가지 정도 준비해 두기 마련이다. 

피부 침투한 벌레 타액 이물질로 여겨 히스타민 물질 분비
벌레에 물려 벌레의 타액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것을 이물질로 여기고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우리 몸을 지키려는 방어 방법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피부가 빨갛게 부풀거나 가렵고 아픈 등 여러 증상이 생긴다. 이를 가라앉히려면 항히스타민제, 국소마취제, 항염증제 등이 필요하다.

항히스타민제에는 다이펜하이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등의 성분이 있고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서 가려움증 같은 반응을 낮춰준다. 

다이부카인 같은 국소마취제는 가렵고 아프게 하는 자극을 줄여서 증상을 완화한다. 에녹솔론은 염증을 낮춰 주고, 멘톨은 피부를 시원하게 해서 가려움을 가시게 하는 성분이다. 살리실산메틸은 가려움증을 낮추고 진통 효과도 있다.

벌레 물린 데에 쓰는 약에는 캄파라는 성분도 많이 포함돼 있다. 캄파 성분은 모세혈관을 확장해 약 성분들이 잘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30개월 미만의 소아에게는 경련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이때는 쓰지 말아야 한다. 

덱스판테놀 등 포함된 영유아 전용 제품…1개월 미만은 주의
30개월 미만 아이들을 위해 캄파나 다이부카인과 같은 성분을 빼고 덱스판테놀처럼 연약한 피부의 재생을 도와주는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다. 이러한 영유아 전용 약품 이름에는 주로 '키드'가 포함되니 참고하면 된다. 그렇지만 이런 제품도 1개월 미만의 신생아에게는 사용이 제한되니 주의해야 한다.

염증이 심해지면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흔히 스테로이드라고도 하는데,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면역계에 영향을 미쳐 염증을 줄여준다. 프레드니솔론, 하이드로코르티손 등이 주로 쓰인다.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들어있는 약은 고름이 나오거나 무좀이 있거나 넓은 부위에는 바르면 안 된다. 부신피질 호르몬제 성분의 단일제를 사용할 땐 전문가와 상의하고, 며칠 동안 사용해도 염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고열 등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료 사진. ⓒ아이클릭아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료 사진. ⓒ아이클릭아트

상처 부위에 연고 용기 입구 직접 대지 말고 사용 기한 지켜야
벌레 물린 곳에 상처가 나서 감염될 위험이 있으면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후시딘이 대표적인 항생제 연고다. 생활하다 상처가 생길 때도 있지만, 가렵다 보니 자꾸 건드려서 상처가 나는 일도 많다. 벌레 물린 자리를 긁거나, 손톱으로 십자 모양 나게 누르거나 침을 바르면 손톱과 침에 있는 균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회복이 더 늦어지니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옷에 쓸려 아프거나 계속 긁게 될까 봐 밴드를 붙여두고 싶을 때는 덮인 내부가 습해져 다시 가려워질 수 있는 일반 밴드보다는 쿨링 기능이 있는 밴드가 좋다. 

벌레에 물리면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일은 무척 드물고 대개 물린 부위에만 증상이 나타나므로 겔이나 크림 등 해당 부위에 직접 바르는 형태의 약을 사용한다. 이런 약은 바르는 방법 외에 먹거나 눈에 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약 자체도 주의해서 보관하고 사용해야 한다. 벌레 물린 데 쓰는 약들은 여름이 끝나면 오랫동안 방치하는 일이 많으므로 매해 사용하기 전에 약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기한이 넘지 않았는지, 약의 색이나 모양이 변하지 않았는지, 약 튜브 등 포장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표기된 날짜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개봉하고 나면 그때부터 사용기한이 달라진다. 연고나 크림은 뚜껑을 열고 나서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이므로 새 약을 개봉할 때는 날짜를 적어 두는 것이 좋다.

정희진 울산대병원 약제팀 약사
정희진 울산대병원 약제팀 약사

야외활동 시에는 긴 옷 입고 벌레기피제로 물림 방지
흔히 연고를 바를 때 용기 입구를 상처 부위에 직접 대고 쓰기가 쉬운데, 그렇게 하면 용기 안이 오염될 수 있다. 땀이나 진물, 습기 있는 부위에 용기째 직접 문지르지 말고, 면봉 등을 이용해 덜어내는 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많이 바를수록 흡수되는 양이 늘어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주변에 묻어서 오염될 수 있으니 적당량을 바르는 게 좋다. 그리고 손 때문에 약이 오염되거나 약을 바른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도록, 약을 바르기 전후 모두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사용 후에는 약이 변질하지 않게 뚜껑을 꽉 닫아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 보관하면 된다. 가능하면 건조하고 온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 서늘한 곳이 좋다.

코로나 유행 이후 캠핑 등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안전하고 편안한 여가활동을 위해 벌레 기피제나 긴 옷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정리=민창연기자 changy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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