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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지난 12일 임단협 교섭에서 5년 연속 무분규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 창립 이후 37년 만에 사상 첫 5회 연속 무분규 기록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지역 노사관계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에 이어 파업 없이 협상을 마무리함에 따라 지역 노동계는 한숨을 돌린 형국이다. 또한 지역 상공계는 지난해 높은 실적을 거둔 두 대기업의 성과 배분으로 돈이 대거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지난 5년간 지역 자동차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와이어링 하네스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로 공장이 멈춰서는 등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현대차 노사는 파업과 같은 극한 대립 보다는 상생을 선택해 각종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안정된 노사관계가 강력한 보호막으로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올해 임단협 합의는 현대차 울산공장이 미래 자동차산업을 주도하는 미래 고부가가치 핵심공장으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합의를 통해 29년 만에 국내에 전기차 신공장 건설을 결정한 데 이어 올해는 자동차 제조에 있어 가장 첨단 기술로 평가 받는 '하이퍼 캐스팅' 기술 내재화를 선언했다. 국내공장을 미래 핵심공장으로 삼겠다는 회사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더욱이 사회적 난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제시한 점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최근 울산은 저출산과 인구 유출로 도시 소명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만도 울산의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생아 수는 5,400명으로 일년 전 6,100명에 비해 600명 가량 줄었고 가임여성 한 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도 지난해 0.85명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생애 주기별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난임 유급휴가 확대, 난임 시술비 무제한 지원, 출산축하금 최대 500만원 등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지원을 약속다. 저출산 시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안정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첨단 공장으로 거듭나게 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바탕으로 울산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사회적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지역 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현대차 노사의 대담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현대차 조합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통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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