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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수필가·요양보호사
김현주 수필가·요양보호사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김 어르신 모습은 너무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평화로운 일상은 계속되지만, 김 어르신도 치매 진단을 받고 요양원에 계신다.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는 문제가 없을 정도이고, 보행도 큰 문제가 없으시다. 몇몇 어르신들은 요양시설에 오지 않아도 가정에서 노치원을 다니거나 자녀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각 가정 상황은 어떠한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돌발 행동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도 있고, 24시간 돌봄을 밀착 케어한다는 것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자녀들의 입장은 다르다.

 치매 진단을 받아도 스스로 치매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치매가 없다." 보행이 가능한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하는 말이다. 치매를 부정하지만, 무한반복의 질문은 기본이고 갑자기 화를 내거나 흥분 상태가 오래가고 배회가 심한 행동을 보인다. 물건에 집착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보따리를 싸고 푸는 일을 반복한다. 기본적인 일상의 동작을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계절 감각을 모르고 옷을 몇 개씩 입는다던지, 용변을 보시고 뒤처리가 안 되는 등 일일이 돌봄의 손이 가야 하는 경우이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건 아니지 않는가?

 태양은 뜨고 아침은 오고, 하루는 다시 시작되고, 계절은 흐른다.

 무기력한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뇌는 더 빨리 퇴화할 것이다. 치매는 점점 더 안개 속처럼 짙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치매 진단을 받으면 모두가 다 요양시설에 입소할 의무는 없다. 치매 진단을 받은 부모를 요양시설로 보내는 것이 현시대 상황에서 많이 일반화 되어 가고 있다고 해도 자식으로서의 어떤 노력이나 함께 할 시간을 늦추지 않고 요양시설로 보내는 것도 한 번쯤 생각 해 볼 일이다. 

 전국적으로 시행 확대하고 있는 '돌봄 플러그'는 독거노인들이 생활하시는 가정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일상생활 용품, 전기밥솥이나 커피 포터에 꽂아 모니터링 요원과 연결되어 전기를 쓰는지를 관찰하는 시스템이다. 안전 돌봄 플러그인 셈이다. 전기를 쓰지 않는 날이 생기면 전화로 안부를 묻고 전기 소비량을 보고 관심, 위험 등으로 분류 전화를 해서 전화를 안 받는 상황이 되면 직접 방문하여 어르신 생활을 밀접 관찰 돌봄을 하는 것이다. 고독사 예방이나 낙상 등 위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주거 복지사는 취약계층 등 자력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가구를 대상으로 환경 개선, 주거 복지 상담, 주거 관련 정보 제공, 주거 문제 해결 방안을 하는 직업으로 독거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여 도움을 드리는 것이다. 작업 치료사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장애를 가진 모든 연령대 사람에게 일상 동작, 일, 여가 활동 등 일상적인 생활 수행을 할 수 있고 기능 및 발달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방문 맞춤 운동을 해주는 물리치료사 방문과 구강 관리만 전문적으로 해주는 치과 위생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구강 케어와 구강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여러 직업군이 어르신들을 위한 최적의 돌봄을 위해 노인 통합 돌봄을 하고 있다. 재택의료 서비스는 의사와 간호사가 동행하여 어르신들을 진찰하는 방문 진료도 있고, 간호 간병을 받는 어르신들도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초고령화를 맞아 여러 형태의 돌봄이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가 지금이 요양시설의 전성기라고 하면 일본은 초고령화 시대를 지나 지금은 살던 곳에서, 노후를 맞이하는 것으로, 탈 요양시설을 한다고 보도되고 있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생명을 얻고 그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성장기를 거친다. 살아가는데,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가족의 울타리를 단단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집과 고향은 어쩌면 살면 살수록 버거운 현대의 삶을 벗어나 안정감을 주는 곳으로 기억된다. 노년이 되면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은 곳이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살아 있는 한 멈추어야 하는 삶은 없다.

 하루를 살더라도 흐트러짐 없이 살고 싶다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는 것이, 부모님들 심정은 누구나 다 똑같을 것이다. 치매로 인해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해준 것에 비하면, 자연스럽게 늙고 병드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치매가 걸렸다고 삶에서 멈추어야 하는 것은 없을뿐더러 자식들이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야 한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은 부모가 우리를 성장시켜 준 만큼 그로 인해 늙고 병든 자연의 이치를 겪고 있는 지금 주간보호센터(노치원)를 경험해 드리기도 하고, 요양시설 입소 전에 가족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봐야 한다. 그 후 24시간 전문 돌봄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정도가 되면 요양시설로 입소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

 부모의 치매를 알리고 함께 공유하며 좀 더 늦출 수 있도록 인지를 위해  많은 대화와 산책, 일상 기본 동작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오랜 세월 살았던 고향이나 집에서 이웃과 함께 생활하며 가족의 관심을 받으며 살다가 노후를 맞이하고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김현주 울산작가·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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