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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전 남구의원·택시운전사
박성진 전 남구의원·택시운전사

우리 동네에 사는 베트남에서 온 여성이 있다. 한 번씩 그 베트남 외국 여성은 아이와 함께 내가 운행하는 택시에 타곤 했다. 택시를 타고 가며 이야기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결혼이주 여성이었는데, 우리나라 60대 남자와 결혼할 때 나이가 겨우 20살 정도였다. 40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는 결혼이었음에도 베트남 여성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녀는 동네 작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다. 

 언젠가 그녀의 손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20대의 고운 손이 아니라 막노동을 한 60대 할머니의 손인 듯 했다. 고물상에서 밤낮으로 일했으니 그 손이 남아나길 했겠는가. 그리고 낮에는 아파트 환경미화원으로 따로 일한다고 한다. 먼 다른 나라에 와 손이 닳도록 일하는 이 여성이 신경이 쓰여 나는 동이나 구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알아보고 도와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있어 KT에서 태블릿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알려주어 태블릿을 탈 수 있게 도와준 적도 있다. 이런 작은 도움이 감사했는지 나에게 손수 만든 베트남 쌀국수를 대접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신의 나라에 투자하여 요즘엔 꽤 살만하다고 한다. 투자한 땅의 값이 많이 올라 동네에서 부자 소리를 듣는다고도 했다. 언젠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남편이 돌아가시면 한국에 계속 남아있을 건가요?"

 "물론입니다. 저는 한국이 좋아요.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계속 살 거예요."

 그녀는 완전히 우리나라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다.

 우리 어릴 때, 학교로부터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는 교육을 받았다. 세상에서 드문 단일민족이라는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내세울 것이 없었는지, 단일민족이라는 것으로 우리에게 자부심을 품도록 교육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교육을 받아서인지 다른 민족을 받아들이는 것에 인색한 것 같다. 한반도에서 함께 살면서도 외국인과 화학적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다문화라는 말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다문화 속에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고 그들과 화합하여 잘 살아가야 한다.

 앞서 얘기한 베트남 여성처럼 우리나라에 잘 적응하여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도 많다. 이주민이 들어온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다른 문화로 하여 갈등도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 사람을 멸시하거나 차별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불법체류자인 경우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기도 하다. 내가 아는 한 중소기업 사장님은 불법체류자 여성이 임신할 경우 의료보험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에 병원비를 대신 내어주는 봉사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중소기업 사장님처럼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외국 근로자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것은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이다. 다문화 여성이 우리나라 말에 서툴다 보니 그 자녀도 서툰 경우가 많다. 이주 여성의 자녀들이 벌써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말이 서툴다 보니 학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진학하거나 졸업 후 취업할 때도 문제 발생이 예상된다.

 내가 운행하는 택시에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탄 적이 있는데, 그분을 통해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한국어 수준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잘 되어있다고 한다. 각 학교로 한국어 교사가 파견되어 일대일, 혹은 소수의 다문화 가정 학생에게 집중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한다고 한다. 꾸준히 가르치면 분명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이주 여성의 학력은 자기 나라에서 대학을 나온 경우가 많기에 지적 수준이 높다고 한다.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꾸준히 한다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남편이다. 이주 여성 아내가 한국어 교육을 받기보다는 일하여 돈 벌기를 원하기 때문에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지속해서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문화 가정의 긍정적인 요인도 크다고 한다.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활성화한다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국가로 도약하여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약 200만 명. 우리나라 총인구수의 3.87%에 달한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증가 추세가 주춤했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외국인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인구수가 줄어드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유입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단일민족만 고집하는 배타성에서 벗어나 그들과 함께 상생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박성진 택시운전사·전 남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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