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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이영우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금융(Finance)의 사전적 의미는 금전의 융통 즉, '돈이 오고 가는 것' '돈의 흐름'이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윌리엄 N. 괴츠만은 저서 '금융의 역사'에서 고대문명에서 대출을 기록하기 위해 쐐기문자가 발명됐고, 수학은 경제적 가치를 계량화하기 위해 출현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금융은 문명의 조력자가 아닌 문명이 탄생하기 위한 원천이었고 이 개념은 현대문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IMF 이전에는 경제개발 지원을 위한 기업금융을 지속하다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이후에는 소매금융에 주력하다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져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한국에서 금융은 대내외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울산광역시로 그 범위를 좁히면 2023년 3분기 가계대출은 21조4,000억원으로 대출규제 강화와 부동산 침체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고, 기업대출은 28조4,000억원으로 정책자금지원과 2차 전지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등으로 인한 자금수요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어 가계와 기업 모두 부동산 불경기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역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신년을 맞이해 금융의 역할을 고민하던 중 이번 달 7일 한덕수 국무총리님께서 칭찬하고 박수치고 싶은 일이 있어 울산의 공무원을 소개한다는 신문기사를 접했다. 놀랍게도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신공장 인·허가 예상기간을 3년에서 10개월로 2년여 앞당겨 연매출 15조원씩 총 30조원짜리 매출을 울산광역시의'행동하는 행정'으로 조기 창출한 것이다. 총리님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울산시장님과 한 공무원을 극찬하면서 "이런 시장님과 이런 사무관님들이 더 많아야 한다"며 두 분께 감사의 뜻을 표했다. 

 30년 넘게 금융업에 종사한 본인도 이 기사를 접하며 지금 근무하는 금융업에서도 '행동하는 행정'을 벤치마킹해야할 대상으로 보게 됐고, 많은 생각과 여운에 잠겼다.

 그렇다면 울산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행동하는 행정'과 함께 맞추어야 할 '행동하는 금융'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지역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과 서민금융 활성화에 대한 기여다. 

 올해 울산광역시는 5개 구·군과 함께 경영환경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경영안정자금을 4,93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지역금융기관은 시와 발맞춰 적극적으로 대출서비스를 확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고, 지역 예금을 수취한 금융회사가 지역경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금감원에서 실시하는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울산의 모든 금융기관이 최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사회 구성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라는 마음가짐이다. 

 이는 올해 농협은행장의 신년사 중 핵심 문장이다. ESG경영은 기업의 지속경영의 필수요건이 되었고 시대적 과제로 이미 다가왔다. 농협은행 울산본부도 2023년 총 30억원 이상을 울산 내 여러 기관 및 단체에 기부와 출연을 했으며,'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협동조합원칙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및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셋째, 소외된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이다. 

 울산지역의 금융기관 점포현황을 보면, 2019년 242개에서, 2022년 219개로 23개 점포가 감소했다. 점포수 감소는 인구감소와 비대면 디지털금융의 발전으로 인한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2금융권보다 일반은행의 감소(△16개)가 주도하고 있어 소외된 금융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금융기관의 경영전략에 따른 점포 효율화와 아직 대면거래를 선호하는 고객배려 사이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저서 '새로운 금융시대'에서 '금융'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올 한해 행동하는 행정과 금융이 힘을 합쳐 울산경제에 활기가 돌길 기대해 본다.  이영우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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