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여당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둘러싼 '사천'(私薦)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조우했다.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놓고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정면 충돌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긴급 방문해 함께 현장 점검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1시 30분 화재 현장에 도착하자 한 위원장은 '폴더 인사'를 하며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를 청하며 어깨를 한 차례 두드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함께 피해 현장을 돌면서 복구와 지원 대책 등을 점검했다. 또 강추위 속 진화 작업을 하는 현장 인원들을 격려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재난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으로 재난 앞에선 정파도, 여야도, 이견도 중요치 않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 현장에서 만나는 데 흔쾌하게 동의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오전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새벽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으로부터 피해 상황을 보고 받은 뒤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직접 현장을 돌아보기로 결정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당초 한 위원장도 오전 국회 본관부터 의원회관, 중앙당사 등 당 사무처를 순방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취소한 뒤 서천특화시장을 긴급 방문했다.
두 사람은 시차를 두고 화재 현장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시간을 맞춰 화재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민생과 관련한 행보를 같이 하는 동시에 '갈등 봉합' 행보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두 사람이 갈등 표출 이틀만에 화재 현장 방문을 계기로 만남을 가진만큼 여권에선 그동안 쌓였던 갈등이 수습 국면에 접어든 것이란 분석이다. 총선을 불과 두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 당정 간 갈등이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날 만남으로 한 위원장 사퇴설을 일단락되는 듯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갈등설을 촉발한 쟁점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갈등을 촉발한 '사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시스템 공천 방안 확립 등 재발 방지책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응삼기자 usk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