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약계층 365만 가구의 전기요금 인상이 한 번 더 유예된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 40만명이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3월 말부터 최대 150만원 줄여준다. 아울러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명절 유동성 지원에 역대 최대 규모인 39조원의 자금을 새로 공급하고 온누리상품권 총발행 규모도 4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해 전통시장·골목상권의 월 구매 한도를 50만원 늘리기로 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확정된 '설 민생대책'의 골자다. 

 더불어 이번 대책 가운데 중요한 내용이 몇가지 더 있다. 해마다 시행해 온 것이지만 올해도 설 연휴 기간(2월 9∼12일) 고속도로 무료 통행과 함께 KTX나 SRT를 타고 역귀성하는 경우 최대 30%를 할인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 연휴 물가 부담 완화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우선 사과, 배, 배추, 무, 고등어 등 차례상에 주로 올라가는 16대 성수품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정부 할인지원율을 20%에서 30%로 높이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다. 정부 할인지원에 참여하는 전통 시장도 농축산물 700곳, 수산물 1,000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정부는 과일 30만톤에 대한 할당관세를 통해 공급을 확대하고, 품목 할인도 확대해 설 성수품 평균 가격을 작년 수준 이하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매년 명절 반복되는 정책 나열 수준 서민 눈높이 크게 못 미쳐

 

 또 설 연휴 택배 업무에 임시 인력 6,000여명을 확보해 지원하기로 한 것 외에도 하도급 대금이 제때 지급되는지, 임금 체불이 이뤄지지는 않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게다가 비대면 진료 등의 24시간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보훈 급여금도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조처한다는 것이다. 서민들로서는 크게 반길 만한 내용들이다.

 안 그래도 3고(高) 현상에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두려워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 등의 매출이 반 토막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빚고 있다. 오죽했으면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더 불황이라는 하소연이 나오겠다 싶다. 이런 마당에 정부의 민생대책이 나오니 서민들은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을 것이다. 소상공인들이 서민경제에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서민들의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대부분 예정된 정책의 나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2금융권 이자 부담 완화와 부가가치세 환급금 조기 지급 등 명절 전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유동성을 늘리는 것 이외에 크게 가슴에 와닿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것도 난맥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매년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조치들이다 보니 이제는 이런 것조차 내놓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 만큼 식상하다.

 

국가 경기 부양책 단초 물가 낮추고 산업계 악성 규제 풀어야

 

 물론 창의적이고 참신한 대책을 대놓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시점에서는 물가 안정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없다. 국가 경제 난맥의 실타래를 푸는 작업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물가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해결해야 하는 게 옳다. 물가가 낮아져야 기준금리 인하도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빚더미에 눌려 있는 가계와 자영업자에게도 희망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부의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위한 여력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아가 산업계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악성 규제를 풀어줘야 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들은 시한이 정해진 투자촉진세액공제 등을 실정에 맞게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2년 유예를 원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국회 처리도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지금은 총선 정국이다. 선심성 정책으로 비쳐줘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서도 안 되겠지만 임시방편으로 경기를 띄우려는 의도가 엿보여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취약부문 지원을 비롯해 내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진정성을 갖고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