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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수필가·요양보호사
김현주 수필가·요양보호사

유구한 세월을 지나온 인연, 대단히 고맙고 존엄한 것,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강을 건너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다양한 모양의 사랑으로 만들기까지 서로에게 베풀고 인내하고 기다려준 자식 농사. 대풍은 아니라도 풍년작은 되었지 싶어도 늘 아쉬운 것이 자식 농사다.

처음 부모가 돼보았고, 자식이 됐다. 2회차 인생이 아니고 첫 주연으로 발탁된 것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 쉬운 것은 없다. 고단한 삶 속에서 이루고 성취해 나가며 '이런 것도 되네' 하는 마음으로 얽매이지 않으려 애쓴 흔적들이 보인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는 마음으로 살아 나가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내어준 부모는 육체가 쇠퇴하고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하는 치매로 인해 더 이상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가족의 울타리를 떠나 요양시설로 거처를 옮긴다. 고령의 부모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눈물을 머금고 자식들이 24시간 전문적으로 돌봄을 하는 시설로 모시는 것이다.

현장에서 돌봄을 하는 사람으로 꼭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은 부모님의 이상 행동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 반드시,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 보고, 경증일 경우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을 늦추는 것에, 노력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집 가까운 곳에 주간보호센터(노치원)를 알아보고 입소시켜 드리거나, 산책을 자주 하고 대화를 많이 하고 여행을 가거나 심신 건강과 외로움, 고독감을 느끼지 않도록 가족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수없이 반복해도 모자람이 없기에 매번 강조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균형 있는 식사가 가장 중요하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골고루 영양 섭취를 할 수 있는 식단을 권한다.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은 차려 드시는 것이 귀찮거나 기력이 부족하거나 시간 인지가 안 돼서 제때 끼니를 못 드시는 것이 잦다 보면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경증일 때 중증 치매로 가는 것을 막지 못하면 내 부모님이라 할지라도 돌봄의 어려움에 쉽게 당도하는 것이다.

치매는 다양한 행동 장애가 따른다. 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면 성욕이나 식욕 등 감정관리에 이상이 생긴다.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폭언, 성추행, 폭행을 하게 된다. 보편적으로 성추행하면 남자 어르신을 떠 올리지만 여자 어르신이 성적으로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요양시설에서는 이 부분에 대처하는 대응 매뉴얼은 부분적으로 존재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을 보호할 올바른 장치가 전무후무하다는 얘기다. 모든 시스템이 입소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시설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만들어 대처하는 수준이다.

현실적인 상황을 말하면 빌미를 주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다가, 다시 말해 일이 커지는 상황이 되면 사전에 이상징후를 보이는데도 모른 체 하다가 사고가 터지면 요양보호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다.

부모 같은 사람이 자식한테 하는 마음으로 이상행동(성추행)을 하지 않겠나 일반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민망할 정도를 넘어선 말 그대로 추행이 되는 것이다.

이런 치매 증상을 보호자에게 말하는 것이 시설장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 그런 분 아닙니다'라며 펄쩍 뛰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자식의 입장이다. 치매 전에 그런 성품이 아닌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치매로 인해 달라진 부모의 이상 행동을 받아들이고, 전문 돌봄 하는 종사자들과 함께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욕도 마찬가지다. 금방 식사를 맛나게 하셨는데, "밥 도고, 여는 밥을 한 끼도 안 주노? 굶어 죽것다"하며 과도한 식탐을 보이신다. 음식을 드실 때도 급하게 드시고, 다른 어르신들 음식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 시설에 장점은 정확한 시간에 식사와 간식 시간을 정해 두고 적당한 양을 섭취하도록 하고, 개인별 섭취 정도에 따라 수발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돌봄과 또 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평균 수명은 또 상승했다. 남녀 평균 수명은 5년 만에 2.8배 증가한 86.3세 여성은 2.2배 증가한 90.7세로 나타났다.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것을 실감 할 수 있다.

필자가 돌봄 하는 어르신 중에 나이가 98세 고령임에도 기저귀 착용도 하지 않을뿐더러 본인의 의사 표현을 다 하시고 요구 사항을 또박또박 말씀하시는 이 어르신을 봐도 알 수 있다. 손주의 이름을 기억하고 집으로 가서 만나 보고 싶다 많이 보고 싶은 마음도 전하신다.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 귀하고 귀한 인연도 끝이 있다. 그 끝에,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할 것이 孝다. 숨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자식으로써 본분을 다하시기를 두 손 모아 본다. 김현주 요양보호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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