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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박영식 시인. 본인 제공
아동문학가 박영식 시인. 본인 제공

 

아동문학가 박영식 시인이 우리나라 유일의 '시조튜브'에 출연해 울산 작가들의 동시조를 소개하며 울산 문화 알리기에 나섰다. 

 시조튜브(SIJO-TUBE)는 한국 고유의 정형시 '시조'(時調, Sijo)를 작품 소개, 특강, 낭독, 콘서트, 자료 아카이브 등 재미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국내외에 나누는 시조 전문 채널이다. 

 박 시인은 시조튜브의 '동시조 톡톡(Talk_Talk)'에 출연해 재미있는 동시조를 함께 살펴보고 동시조를 지으려면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다. 

 박영식 시인은 먼저 시인이 된 과정부터 세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윤복 군의 수기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보고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아 저게 내 삶이구나'하고 나도 일기를 써야지 하는 결심이 오늘날 나를 시인으로 살게 한 결실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박 시인은 신선한 느낌을 주는 동시조 3편을 소개했다. 

 먼저 지난해 울산시조시인협회가 주최한 백일장에서 초등고학년부 장원을 차지한 김은비(울산 강동초 6년) 학생의 '가을 신호등'을 소개했다. 

가을엔 과일들이 신호등 되나 봐요/샛노란 오랜지와 대봉감 바라보며/초록불 언제 바뀔까 맴을 도는 잠자리

 "각각의 색깔이 다른 동그란 과일을 신호등으로 설정하고 날았다 앉았다 하는 가을날 고추잠자리를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는 어린아이로 의인화했다는 데서 너무 자연스럽고 앙증맞다"고 평했다.

 두 번째 작품으로는 어른이 아이의 정서로 꾸밈없이 작품을 빚어 배꼽을 쏙 빼놓은 울산 출신 김경아 시조시인의 '세종대왕님의 받아쓰기' 동시조를 소개했다. 

타임머신 타고 오신 우리 한글 창시자/시험지 받아 들고 신조어에 쩔쩔맨다/뭐라고 빵점이라고 ㅊㅋㅊㅋ ㅎㅎㅎ

 이에 대해서는 "어쩌면 은어로 한글을 훼손한 해괴망측이라고 껄껄 혀를 찰 법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가 판단하고 생각한 기준에서 꾸밈없이 표현하기에 살아있는 동심이라 할 수 있다"며 "격식이나 형식, 또는 그 규율만을 고집하며 따라간다면 결코 빼어난 작품이 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 작품으로는 박영식 시인의 '작설차'를 소개했다. 

작설 뜻 무어냐고/아빠 졸라 여쭸더니/짹짹짹 수다쟁이/참새 혓바닥이래요/작설차/자주 마시면/수다 떨까 걱정돼요

 

 우리가 흔히 녹차라 부르는 전통차 대부분이 작설차(雀舌茶)다. 여기서 한자 작(雀)은 참새, 설(舌) 자는 입안의 혀라는 뜻이다. 그러니 참새 혀를 닮은 작설차를 자주 마시다 보면 참새처럼 수다쟁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역력하다. 

 이처럼 시의 표현이라는 것은 그럴듯한 참된 거짓말로, 엉뚱한 발상과 때로는 능청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박 시인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 뿌리내린 시조는 꼭 이렇게 써야 한다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과 진화하는 현대를 어떤 정서로 서정의 옷을 입힐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수빈기자 usksb@

 


박영식 시인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제9회 청구문화제 동시 대상·제6회 울산아동문학상·2018년 올해의 좋은 동시집상

-동시집 '바다로 간 공룡' '빨래하는 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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