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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장세련
삽화. ⓒ장세련

"이런 고약한 일이 있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한명청이 이보흠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보흠도 김장복의 상처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안흥선이 옥에 다녀간 뒤 한때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직접 양물이 잘린 상처를 보기는 싫었다. 안흥선이 왜 김장복의 양물을 잘랐는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유는 묻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

 "말을 해보시오. 저게 뭣이오?. 국법에 양물을 자르는 일도 있습니까?"

 한명청이 이보흠을 다그치자 김장복이 설움에 복받쳐 엉엉 소리내 울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요. 여자가 꼬리를 치면 남자가 넘어가게 되어있지 양물이 무슨 죄가 있단 말입니까?"

 이보흠은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관가의 옥에 관인이 아닌 사람을 집어넣어 보복하게 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김장복은 엉엉 울면서도 그간에 당한 일을  주저리주저리 다 내뱉어내고 말았다.

 "지금 네 놈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렷다? 조금이라도 거짓이 드러나는 날에는 네 놈 모가지가 성치 못할 것이다."

 "어느 면전이라고 소인이 거짓을 아뢰겠습니까?"

 한명청은 군사를 시켜 안흥선을 잡아들이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군사들이 안흥선을 잡으러 득달같이 달려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소상히 이야기해보시오. 일 처리에 하자가 있을 시 국법대로 처리할 것이오."

 한명청이 이보흠을 윽박질렀다. 그러자 이보흠이 한명청을 빤히 쳐다보았다. 국법대로 한다면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순흥부에 난입하여 난리를 피우는지 알 수 없었다.

 "국법대로라면 어명을 받고 온 것입니까? 아니면 의금부의 령이라도 받고 온 것입니까?"

 "이보시오. 우리는 지금 반역자들을 잡으러 온 것이오. 이것이 내 마음대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오. 이건 나라의 근간을 바로 잡는 일이라 국법보다 위에 있는 것이오. 이제 대답해 보시오. 안흥선이란 자가 사사로이 옥에 드나들었다는 것은 국법을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권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아니겠소. 그걸 눈 감아 준 부사께선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요?"

 관사를 뒤지던 군사가 보자기에 싼 물건 하나를 들고 왔다. 한명청은 들고 온 보자기를 풀게 했다. 보자기 안에서 나온 것은 황금으로 만든 두꺼비였다. 한명청의 눈이 먹이를 앞에 둔 야수처럼 광채를 발했다.

 "이것은 무엇이오? 거짓으로 둘러댈 생각일랑 하지 마시오. 전하의 성은을 입어 청렴해야 할 관리의 거처에 이런 물건이 뒹굴어서야 되겠소? 이러니 백성들이 전하의 성은을 모르고 반역의 마음을 품는 게 아니겠소."

 바닥에 엎드려 있던 김장복이 사태가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 집히는 게 있었다. 산적을 토벌한다고 왔던 포졸들이 왜 노각수를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만 꼭 집어 잡아 온 것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혔다. 김장복은 한명청에게 그런 자기 생각을 말했다.

 "필시 저 물건은 안흥선이란 자가 뇌물로 바친 게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흠. 그자가 잡혀 오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보흠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즉에 금두꺼비를 치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사실은 금두꺼비도 자신이 차지할 게 아니라 한양의 한 대감에게로 올려보냈어야 했다. 

 "그것은 한양의 대감께 올려보내려고 준비해둔 것이오."

 "아니 지금 누굴 욕보이겠다고 하는 수작이오? 청렴하시기로 만백성의 칭송이 자자한 대감께 똥물을 뒤집어씌우겠다 이 말씀이오?"

 이보흠은 입을 굳게 닫고 말았다. 말솜씨로도 한명청을 당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군사들은 순흥부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뒤졌다.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은 작은 종이 쪼가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모두 내어왔다. 한명청은 눈에 불을 켜고 서류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이 찾는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자 손을 털고 일어섰다.

 "솔직하게 털어놓으시오. 지금이라도 이실직고하면 죄를 벗을 수 있을 것이오. 반역자들의 이름을 적어 넣은 사발통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소. 그걸 내어놓으시오."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소이다."

 "감추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오. 내가 반드시 찾아낼 것이오."

 이보흠은 목이 탔다. 포승줄에 묶여 있는 대군은 마당 한쪽 구석에 꿇어 앉혀져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대군의 좁은 처소에 보관해 놓았던 사발통문을 어떻게 감추었는지 조바심이 났다.  김태환작가 (월·수·금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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