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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수필가·요양보호사
김현주 수필가·요양보호사

발을 단단히 디뎌야 한다

다리를 꼿꼿이 세워야 한다

이제부턴 아랫도리 힘으로만 버터야 한다

-중략-

허영자 시인의 시에는 노년을 겨울이라는 계절과 쓸쓸해지는 노년의 삶을 비유하며 잔잔한 비애를 노래한다. 입동이 되어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이 뿌리로 겨울을 이겨내야 하는 것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가 자라나서 노인이 되듯이 우리는 노화 앞에 운명적인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말랑하고 부드럽고 윤기나던 피부는 수분이 빠지고 근육이 탄력을 잃어 가면서 쭈글쭈글한 주름이 온몸을 점령한다. 요즘은 상대의 나이를 함부로 가늠하면 안 될 정도로 나이와 노화의 속도는 다르다. 그만큼 스스로 관리를 잘하고 노화 방지 제품들도 역할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은 입동이 아니고 입춘, 봄이다. 꽃이 피어나고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산책, 나가는 시간이 많아진다. 보행이 가능한 어르신들은 부축하고, 휠체어에 모시는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봄을 맞이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경험 한 바로는 꼭 걸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행동반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침상에서 지내야만 하는 경우는 욕창이 올 수도 있고 우울감이 찾아온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생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돌봄을 받아야 한다.

 중국 속담이 떠오른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상 수행 능력이 건강을 잃으면 기적처럼 느껴지고 간절해진다는 뜻이다. 

 누구나 노년기를 지나면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하게 된다.

 그 시간을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나이가 되면 준비의 시간도 깊이 생각해 봄이 옳을 것이다.

 가족에게 소외된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한다. 자식들이 부모를 외면하고 있고 시신 안수를 거부하는가 하면, 노년을 요양병원에서 보낸 어르신 한 분은 자녀가 한 명 있었지만, 이혼 후 부모와 연락이 원활하지 않고 왕래가 없었다고 하고 “내가 죽어도 자식에게 연락하지 마라" 하시던 어르신이 사망하고 요양병원에서 자녀에게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어르신은 무연고 사망자가 되었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는 점차 자리 잡고 있다. 현재 229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139개 지자체가 공영장례를 위한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역별 편차는 큰 편이다. 사망 인구가 늘어나는데 어르신들의 시신 안수 거부해 화장한 유골을 추모의 집에 5년간 봉안한 후 아무도 찾지 않으면 산골 한다.

 사망 인구가 늘어나는데 대비 무연고자 사망자 수는 갈수록 더 늘고 있다

 사람이 떠나는 마지막에서라도 존중받으며 떠날 수 있도록 최대한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관심이 필요하다. 유족도 조문객도 없이 이승을 떠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노인 정책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거동 불편 노인들을 위한 2024년 1월부터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20시간 이상으로 확대하여 거동이 불편한 중점 돌봄군 약 6만명을 대상으로 4시간 이상 확대 혜택을 받게 하고, 전담 사회 복지사 생활 지원사도 2,400명 증원이 된다. 중점 돌봄군이란 기능 제한으로 일상생활 지원 필요가 큰 대상에 대해 월 16시간 이상 40시간 미만의 직접 서비스 제공이나 주거지인 가사 지원 서비스 제공 기능을 말하며 일반 돌봄군이란 사회적인 관계 단절 및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 돌봄 필요가 있는 대상은 월 16시간 미만의 직접 서비스 제공, 주기적인 가사 지원 서비스은 제공 불가하다.

 특수한 생활(수술 골절 등)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가사 지원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제공 지원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 어르신에 대해 기존 월 평균 16시간 제공되던 돌봄 서비스가 월 20시간 이상으로 확대된다.

 개인별 건강 상태와 서비스 욕구에 따라 안전 지원, 가사 지원, 외출, 동행 등 필요한 서비스를 확대 제공한다. 필자의 문인협회 작가 중에는 생활 지원사를 최근에 시작한 분이 계시다. 어르신들 집을 방문하여 어르신들을 돌봄하는 일인데. 말벗을 해 드리고, 소소한 일상의 일들을 챙겨 드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어르신들만 계시는 가정이라면 생활 지원사나 요양보호사가 오는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난 설 명절 연휴에 최대 10만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뉴스를 봤다. 국내 여행을 포함하면 휠씬 많은 여행객이 될 것이다.

 요양원에는 미리 부모 면회를 하거나 명절 후에 하는 경우도 있다. 아예 면회조차 안 하고 연락을 소홀히 하는 자식들도 있다. 지금의 부모 세대도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데 앞으로 다가올 현세대 노년의 삶은 끈질긴 의지를 가지고, 외로움도 스스로 극복하고 자신의 건강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스스로 자립하기가 힘들 때는 자녀들에게 의지하려는 마음보다 전문적인 돌봄을 하는 기관을 미리 알아보고, 치매와 노년의 어르신들을 돌봄 하는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소지한 요양보호사들의 손길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노인으로 지내는 생의 주기가 한없이 길어지는 현시대에 살아가야 한다면 당당하게 슬기롭게 인생의 마무리에 대한 계획을 세워봄이 어떤가? 김현주 수필가·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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