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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들병원 신경외과  최경보 부원장이 진료를 보고 있다. 울산 울들병원 제공
울들병원 신경외과 최경보 부원장이 진료를 보고 있다. 울산 울들병원 제공

허리 디스크 질환은 허리 디스크(디스크 탈출증)와 퇴행성 디스크 두 종류가 있다. 이 두 질환은 디스크가 원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허리 통증으로 종종 고생하는 사람들이 이 차이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디스크 탈출증과 퇴행성 디스크의 치료법과 관리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체의 중심인 척추는 뼈 사이사이에 디스크가 존재한다. 이 디스크는 섬유테라고 하는 질긴 젤리 같은 테두리가 있고, 그 내부에 수핵이라는 말랑말랑한 조직이 있다. 섬유테는 척추 뼈 몸통을 지탱하는 안정성과 척추 뼈 몸통 사이 운동이 가능하도록 돕고, 수핵은 충격 흡수를 담당한다. 

나이 들며 충격 흡수 조직 탄력·수분 감소 주원인
어린 나이의 디스크 수핵은 탄력성도 좋으며 수분 함량이 88%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노화가 시작되면 수분 함량도 70%가량으로 줄어들고 탄력도 점차 잃게 된다. 그러면서 충격 흡수 등 디스크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납작하게 변하는 것이 퇴행성 디스크다. 반면 디스크 탈출증은 디스크의 섬유테가 손상되면서 내부의 수핵이 빠져나와 척추 뼈 뒤의 신경을 압박하고, 그로 인해 통증이나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디스크 탈출증도 디스크의 퇴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으나 엄연히 퇴행성 디스크와 디스크 탈출증은 다른 질환이다. 

 디스크 탈출증과 퇴행성 디스크는 나타나는 증상도 차이가 있다. 척추 뼈 뒤쪽의 허리 신경은 허리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이어져 있는데, 디스크 탈출증의 경우 튀어나온 수핵이 허리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통증이 심하지만, 퇴행성 디스크는 허리 신경을 압박하지 않기 때문에 허리 통증만 뻐근하게 나타나고 다리 증상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디스크 질환은 목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목 디스크 탈출증의 경우 목뿐 아니라 어깨나 손까지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목 퇴행성 디스크는 목 부근에만 심한 통증이 생기는 편이다.

허리 디스크 자료 사진. ⓒ아이클릭아트
허리 디스크 자료 사진. ⓒ아이클릭아트

섬유테 손상돼 신경 압박 탈출증과 달라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각 질환이 보이는 양상이 다르다. 가령 무거운 짐을 들 때, 디스크 탈출증 환자는 무거운 짐을 들 생각부터 하지 않는다. 통증도 물론이거니와 질환이 심각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행성 디스크 환자는 어느 정도 무거운 물건은 들 수 있지만, 그날 저녁부터 또는 그다음 날부터 서서히 허리 통증이 시작되어 며칠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이러한 통증은 일 년에 몇 차례씩 반복된다.

 퇴행성 디스크 환자들은 평소 계속 허리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있을 때나 아침 기상 시에 불편함을 자주 호소한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무거운 짐을 들고도 당장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하루 이틀 후에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퇴행성 디스크 질환의 속사정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 꾀병을 부린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살 수 있다.

 퇴행성 디스크로 인한 허리 통증은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고 2~3일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호전된다. 그러나 먹는 진통소염제에도 통증이 심해 일상 생활에 지장이 간다면 통증을 감소시키는 주사 치료나 시술을 고려해 봐야 한다.

 가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듯이 노화로 인한 퇴행성 디스크는 누구나 생기는 질환이다. 실제로 중장년층 이상의 일반인 누구나 척추 MRI를 찍어보면 디스크가 검은색으로 변한 퇴행성 디스크를 한두 개 이상씩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느껴지는 허리 통증은 천차만별이다. 아주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별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최경보 울들병원 신경외과 부원장
최경보 울들병원 신경외과 부원장

근육 발달 정도 따라 환자 통증 천차만별
그 이유는 척추를 감싸는 허리 근육의 차이에 있다. 퇴행성 디스크로 인한 허리 통증은 코어 운동을 통한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과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척추, 복부 골반에 있는 코어 근육은 척추 뼈와 여러 관절들을 탄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코어 근육이 탄탄한 사람은 척추 뼈가 퇴행되더라도 통증과 척추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라고 하면 근력 운동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걷기 운동도 하루 30분 이상, 주 3일 이상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냥 걷는 것이 아닌 복부와 허리에 살짝 힘을 줘 고정시키고 보폭을 평소보다 크게, 빠른 속도로 걸으면 허리 뒤쪽 멀티피두스 근육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이 근육이 강화되면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데, 하루 30분 이상, 주 3일 이상만 실시해도 평균적으로 허리 통증이 21%가량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평소 늘 허리를 바로 세우고 목이 빠지지 않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퇴행성 디스크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바닥에 앉는 자세는 허리에 많은 부하를 주므로, 바닥에 앉는 것보다는 의자에 앉는 것이 좋고 의자에 앉을 때도 엉덩이와 등을 의자 등받이에 닿도록 해서 허리에 집중되는 체중을 분산하는 것이 좋다.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퇴행성 디스크는 완벽하게 예방할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 유지, 운동을 통해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 속도를 늦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민창연기자 changy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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