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마트에 가지 않고 있다. 일명 '냉장고 털기'를 하기 위해서다. 내 키보다 큰 냉장고는 두 식구를 위한 것인데 어쩐 일인지 늘 비좁은 상태다. 냉장고는 식품 저장 공간이자 요리한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한 것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음식을 위한 모든 재료를 넣기 위해 크기가 코끼리처럼 커진 것이다. 냄비는 물론 과일 상자가 통째로 들어가는 냉장고가 처음 나왔을 때, 주부들은 열광하며 내남없이 소형 냉장고를 버리고 대형 냉장고로 갈아탔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세월이 30년 정도 된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울
한산도는 한산면의 주도이자, 한산대첩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추봉도(秋蜂島)에서 북서쪽으로 0.5㎞ 지점, 통영에서 동남쪽으로 약 2.4㎞ 지점에 있다. 면적은 14.72㎢이고 해안선 길이는 30.0㎞이다. 한산도는 통영시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이며, 한산면의 29개 유·무인도 중에서도 가장 큰 섬이다. 동쪽은 거제도, 서쪽은 미륵도, 북쪽은 고성반도, 남쪽은 용초도(龍草島)·추봉도·비진도(比珍島) 등에 싸여 있다. 추봉도와는 연도교인 추봉교를 통해 연결된다. 한산도라는 명칭은 섬에 큰 산이 있다는 데에서 한뫼(큰뫼)라고 부르
지난 설 명절을 전후로 고물가에 대한 우려 섞인 걱정들이 터져 나왔다. 특히 과일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제수용 사과 하나에 만 원이 넘었다는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돌이켜보면 물가는 야금야금 오르고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집은 설 열흘 전에 시부모님 제사가 있어 제사 준비와 설 준비를 같이 한다. 서너 번의 장을 보면서 무섭게 올라 버린 물가에 한숨이 절로 났다. 고물가에 장바구니는 전에 없이 가벼워졌다. 넉넉하게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쪽파 한 봉지는 눈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이며 부추는 한 줌
제주공항에서 고산리 자구내 포구까지 닿기에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십여 분을 남기고 겨우 도착했다. 헐레벌떡 달려가 마지막 손님으로 배에 오르려는데,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매표소에 보여 주고 승선용 목걸이를 받아야 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사람 좋은 선장이 기다려 줄 테니 얼른 다녀오란다. 새해 첫날을 보낸 다음 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침 7시 비행기를 탔는데 뜻밖에 운해 위 하늘 일출을 보게 되었다. 하늘에서 맞이하는 아침 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날씨 행운이 따라 줄 것만 같았다. 다음 날 배를 타고 추자도까지
처음에는 고요 그 자체였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고 바람이 멈추면 긴 잠에 빠져드는 바다, 그러나 예의 바른 동해 뒤로 열렬한 사랑을 품은 사내처럼 바닷속 저 깊은 곳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꿈틀대고 있었고, 이윽고 그 바위들이 해수면 가까이에 이르자 수면 아래만 흔들며 조용히 사라지던 마그마가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푸른 바다를 모조리 태워버릴 듯 한 거대한 불기둥이었다. 하늘은 검은 구름을 모아 화산 비를 뿌렸으며 하늘로 솟구쳤던 마그마는 바다로 다시 떨어져 큰 파도를 일으켰다. 처음에 솟아오른 화산섬은 하나였다. 오랜
11월 중순에 서울 갈 일이 있었다. 상경하기 직전 며칠 간 무척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서울에 있는 딸들이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오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애들 당부대로 안 입던 내의까지 챙겨 입고 폴라 티까지 입고 갔었다. 예보와 달리 그날은 봄날처럼 포근했다. 종일 갑갑한 채 다녔다. 기온 변화가 극심해서 생태계가 이상 현상을 보이는 것이 어제 오늘은 아니다. 낙엽 지는 늦가을에 장미가 만발하고 진달래며 철쭉도 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철모르고 핀 꽃들과 날아든 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얼어 버렸다. 이런 현상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툰베리'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이다. 2003년생으로 올해 스무 살이 되었다.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밖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행동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 운동을 이끈 장본인이다. 2019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으며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선정되었다. 얼마 전 그는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책'(원제: THE CLIMATE BOOK)을 펴냈다. 지구 환경의 심각성을 일으키고 있는 인간의
9월이 되자 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혹독했던 여름이 지나가긴 갔나 보다. 올 7월의 폭우와 8월의 폭염은 기록적이었다. 그리고 가을이 왔지만 여전히 낮에는 덥고 비는 시도때도 없이 내린다. 이맘때면 태풍으로 온나라가 긴장하는데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태풍 소식이 뜸하다. 그런데 지구 저 편에는 대홍수로 난리가 났다. 지난 10일,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에 열대성 폭풍우 '다니엘'이 강타했다. 폭풍우로 외곽의 댐 2곳이 붕괴돼 인근 도시들을 집어 삼켰다. 항구 도시 데르나는 물에 잠기고 황토가 뒤덮여 도시의 4분의 1이 사라졌다. 해
얼마 전, 과수 농사를 짓는 지인이 천도복숭아를 보내왔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셈인데 크기도 크기려니와 맛이 일품이었다. 한입 깨물자마자 바로 주문을 했더니 보내 줄 것이 없다고 했다. 애써 지은 과일들이 잘 팔려서 다행이라고 덕담을 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올 농사는 망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폭우에 떨어지고 폭염에 병들어 주문받은 몇백 상자를 다 취소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질 좋은 과일을 보내 주었으니 더욱 고맙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7월에 무섭게 쏟아진 폭우를 생각하면, 8월에 온 세상을 뜨겁게
6월부터 시작된 장마는 지금까지 엄청난 피해를 내며 국지성 호우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 시기를 우기(雨氣)로 불러야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근래에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합당한 용어인 것 같기도 하다. 지난 7월 15일, 일이 있어 서울에 있었는데 일을 마치기도 전에 어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서둘러 가실 줄은 몰랐다. 그날도 서해안에는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급히 일정을 취소하고 기차표를 바꿔 허둥지둥 열차에 올랐다. 마음이 바쁜 내 사정과 달리 KTX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작정을 하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을 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읽지 않은 메일과 읽었으나 지우지 않은 메일이 꽉 차 있다. 이런 부분에 부지런한 편이라, 예전에는 수시로 메일 정리를 하여 쌓일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스마트 폰의 시대가 열렸고 메일도 폰으로 확인하다 보니 불필요한 메일을 삭제하고 휴지통 비우기를 게을리 하게 되었다. 메일은 한 페이지에 13개씩 일자별로 나열되어 있다. 마지막 페이지가 82로 나오는 것을 보니 총 1,066통의 메일이 들어 있다는 말이다. 맨 끝 82쪽 메일의 년
따오기 한 마리 흰 날개로 날아오르는 모습의 백령도, 그곳에 다녀왔다. 인천항에서 뱃길로 네 시간이나 걸리는 먼 섬이다. 울산에서 출발하면 편도 7~8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 먼 길을 가려고 선뜻 마음을 먹어도 쉽게 갈 수도 없다. 안개나 풍랑 등으로 뱃길이 자주 끊기기 때문이다. 특히 봄에는 안개가 잦아 단번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용케 들어갔어도 며칠씩 발이 묶이기도 한다. 백령도에 들기 위해 한 달 전에 배표를 예매해놓고 날씨가 좋기만을 바랐다. 다행히 운이 따라 출발할 때 날씨가 아주 좋았다. 바닷길도 평평한 장판 같았다. 백
공원 숲길에 연두 물결이 출렁댄다. 엊그제인 양 붉었던 앞산의 진달래도 호수가의 노란 산수유도 산과 들, 거리에 만발했던 벚꽃도 하르르 지고 나니 나뭇가지마다 연두색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연한 잎들이 연두 꽃을 피운 듯 눈부시다. 해마다 봄의 길목에서 맞이하는 싱그러운 풍경이지만 볼 적마다 경이롭다. 언뜻 보기에 자연계는 계절의 행군에 발맞추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꽃들은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예전에 없던 황사와 미세먼지, 거센 바람이 기승을 부린다. 봄꽃이라도 피는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났지만
해마다 석화가 나는 겨울이면 통영 'ㅇㅇ수산'에서 문자가 날아든다. 생굴, 멍게, 가리비, 바지락 등이 출하 되었다고 예년처럼 이용해 달라는 안내 문자이다. 우리 집은 해산물을 좋아해서 즐겨 먹는 편이다. 몇 해 전부터 통영에서 직접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신선도가 마트에서 사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통통한 생굴이며 진한 향과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멍게, 속이 꽉찬 왕바지락은 초봄까지 식탁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해양 오염 때문에 께름칙한 마음이 들어 올해는 선뜻 주문할 수가 없었다. 지난달 모임에서 누군가가
군산 앞바다에서 배로 오 분 거리에 있는 섬 유부도는 여의도 면적의 사분의 일 크기이다. 35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빠지면 거대한 갯벌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갯벌의 시간에 맞춰 사람도 생물도 출근을 한다. 물길이 열릴 때마다 아름다운 출근길이 펼쳐진다. 하루 두 번 너른 품을 내어주는 생태 보물섬 유부도,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기도 하다. 검은머리물새떼는 연미복을 차려 입은 듯 깔끔한 모습에 눈과 부리가 빨강으로 깔맞춤을 하고 있다. 튼튼
우리는 붉은 고기를 하루에 14g만 섭취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그런데 인류의 육류 소비는 점점 늘어만 간다. 열대 우림 아마존에는 지금도 산불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육류 소비와 아마존 산불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싶겠지만, 달콤한 고기 한 점 뒤에는 살벌한 현실이 있다. 놀랍게도 아마존 숲에서 일어나는 불은 거의 방화이며 그것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가 늘어나 소를 방목해서 키우기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게 됐다. 공장식 소 사육으로 고열량 곡물 재
울산 장생포에 가면 고래 고기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그곳에 고래 박물관도 있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한 시절 고래를 잡았던 포경선 '제6 진양호'가 전시돼 있으며 실내에는 날마다 돌고래 쇼가 펼쳐진다. 또한 울산 앞바다에 출몰하는 고래를 관광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고래바다 여행선'을 운항한다. 해마다 고래 축제가 열리는데 행사의 취지가 애매모호하다. 포경을 금지해 놓고 버젓이 고래 고기를 파는 것을 보면 고래를 보호하자는 것인지, 포경 금지를 해제하여 고래를 다시 잡자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
몇 년 전부터 바닷가나 섬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있는데 섬에 들릴 때마다 예전에 비해 섬 여행자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쓰레기도 함께 따라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섬에서는 배출한 쓰레기를 되가져가야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 적이 많다. 섬 구석구석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섬의 수려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도 쓰레기 뭉치를 보는 순간, 기분이 상한다. 쓰레기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주를 이룬다. 예전에 여수에서 배를 타고 소리도
폭염과 폭우로 위세를 떨쳤던 올여름이 처서를 즈음하여 소리소문없이 꼬리를 감췄다. 참으로 끝날 것 같지 않던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지만 하루아침에 공기가 확 달라졌다. 절기에 맞춰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의 법칙이라니!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이제는 태풍이 온다고 연일 뉴스 시간을 장식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사라호'나 '매미'보다 센, 엄청난 태풍이라며 사람들의 마음을 졸아들게 했다. 추석 직전에 닥친 태풍 때문에 나남없이 걱정이 태산이었다. 몇 년 전 태풍 '차바'
대서양 연안에 있는 가나의 아크라는 날마다 파도에 떠밀려온 옷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얽히고 뭉쳐서 밀려온 옷 뭉치들, 이것을 치우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다. 이들이 산 적도, 입은 적도 없는 먼 나라의 옷들 때문에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고민이 생긴 것이다.아크라 인근의 도시 칸타만토는 의류 중고 시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 헌옷이 이 시장에서 거래된다. 이곳 중고 시장에는 매주 천오백만 개의 헌옷 꾸러미가 들어온다. 꼼꼼히 포장된 헌옷들은 운이 나쁘면 팔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