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버린 옷, 어디로 갔을까?
오늘 내가 버린 옷, 어디로 갔을까?
  • 이지원
  • 2022.08.0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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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의 그린에세이] 이지원 수필가
이지원 수필가
이지원 수필가

대서양 연안에 있는 가나의 아크라는 날마다 파도에 떠밀려온 옷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얽히고 뭉쳐서 밀려온 옷 뭉치들, 이것을 치우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다. 이들이 산 적도, 입은 적도 없는 먼 나라의 옷들 때문에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고민이 생긴 것이다.

아크라 인근의 도시 칸타만토는 의류 중고 시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 헌옷이 이 시장에서 거래된다. 이곳 중고 시장에는 매주 천오백만 개의 헌옷 꾸러미가 들어온다. 꼼꼼히 포장된 헌옷들은 운이 나쁘면 팔 수 없는 옷들이 나오기도 한다. 포장을 뜯어야 알 수 있기 때문인데 이곳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옷들이 40%나 된다고 한다.

팔지 못한 옷들은 어디로 갈까? 그 옷들은 거대한 무덤을 이루며 쌓여간다. 그 무덤 위에서 풀 대신 합성 섬유 조각을 뜯고 있는 소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시장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생계를 위해 받아들인 것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픈 문명의 기록이 날마다 쓰이고 있다.

우리는 옷을 버릴 때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헌옷 수거함이 있기 때문이다. 버리면서 누군가 고맙게 다시 입을 것이라고 믿는다. 낡은 것은 별로 없다. 더는 필요 없어 버리는 것이다. 포장도 뜯지 않는 새것도 버려진다. 한 수거업체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이십 년 동안 옷을 산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헌옷 수출국 세계 5위로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다음이다. 헌옷이 국내에서 소화되는 비율은 단 5%이며 나머지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160가지로 분류된 옷들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심각한 환경 문제로 해외에서 더 이상 받지 못하겠다고 하면 국내에서 떠안아야 하는데 해결책은 있는 것일까?

대량으로 생산하고 저렴하게 팔지만 그것이 다 소비되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마다 신상품이 나온다. 패스트 패션은 아무래도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들이 많이 소비한다. 그들의 옷 소비성향은 싸니까 쉽게 사고 옷도 일회용품과 같이 생각한다. SNS를 위해 매번 같은 옷 입기를 꺼린다. 인터넷 구매를 하면 소비자가 관심 가질만한 알고리즘이 뜨고 그것이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진다.

일 년에 생산되는 옷은 천억 개, 일 년 안에 사라지는 옷 삼백삼십억 개다. 저렴한 가격에 고민없이 사고 한철 입고 버린 옷, 그 편리함의 대가를 산 적도, 입은 적도 없는 먼 나라 사람들이 치르고 있다면, 그것이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면 옷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산 티셔츠, 내일 버릴 청바지의 환경 가격에 대해 알아보자. 커피 한 잔 값으로 살 수 있는 흰 티셔츠는 염색할 때 2,700L의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 한 사람이 3년 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삼만 원도 채 하지 않는 청바지 한 벌을 만들 때 나오는 탄소 배출은 33kg, 차가 111㎞를 달릴 때 나오는 탄소를 내뿜는다. 이런 청바지가 일 년에 40억 벌씩 생산된다.

얼마 전, 한 스포츠 의류업체에서 폐 페트병 15개를 갖고 오면 자사 제품 티셔츠로 교환해 주는 이벤트를 했다. 반응이 뜨거워서 금세 마감이 되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취지로 인식하여 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폐 페트병이 재활용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는 활용도가 높아서다. 옷으로 재탄생시켜 친환경 제품이라며 홍보하는 의류업체들 때문에 가격이 껑충 뛰었다고도 한다. 사람들은 페트병으로 만든 옷을 입으면 자신이 바다 속이라도 청소한듯 착각한다. 과연 그럴까? 플라스틱 의류는 환경 오염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세탁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옷을 입고 좋아할 일은 아닌 것이다.

섬유산업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은 전체 산업의 10%를 차지한다. 옷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은 전 세계 항공기와 선박이 발생시키는 것보다 높다. 2019년 이후, 프랑스에서는 헌옷 소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지구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패스트 패션은 지양해야 한다. 의류업체는 생산량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대량 생산으로 다 팔지 못하고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옷들 이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입지도 않는 옷들을 헌옷 수거함에 함부로 갖다 넣기도 고민스럽다. 새옷을 사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대신 수시로 옷장 문을 열고 계절이 지나기 전에 한 번씩 입어 보려고 애쓴다. 십년 전에 산 원피스도 멀쩡하고 청바지는 몇 개나 된다. 낡아서 못 입을 때까지 과연 다 입을 수 있을까? 언젠가 결국은 버려져서 썩지도 않을 옷들을 보며 과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가 지구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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