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느긋한
저 느긋한
  • 김정규
  • 2013.11.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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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말갛게 씻기는 시간. 햇살은 투명하고 바람은 잔잔한 오후, 어느 집 지붕의 고양이가 눈길을 잡았습니다. 파란색 슬레이트를 깔고 누운 녀석의 낮잠은 한없이 깊고 평온해 보입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털을 헤집고 깨우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영역 다툼의 경쟁에서 벗어난 은밀한 공간에서의 저 밀도 높은 단잠은 원형질 속에서만 존재하던 야생의 유전자일지 모릅니다. 소음에도, 바람에도, 인기척에도 간섭당하지 않고 천연덕스러운 녀석의 해바라기는 너무 느긋해 깨우고 싶은 장난을 낳기도 합니다.
 
언제였을까요. 하릴없이 멍하니 하늘 한번 보고 햇빛에 몸을 말리던 여유. 밥벌이의 노동이 가져다주는 반복적인 일상에 잊고 산 그 눈부신 해바라기. 바람에 쫓겨 이 가을이 스러지기 전 어디로든 훌쩍, 쪽빛 하늘이라도 보러 가야겠습니다. 어느 양지바른 언덕에 누워 온몸 가득 햇살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김정규기자 kjk@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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