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올해 시급한 미등록 경로당 난방비와 양곡비를 정부가 우선 지원하고, 경로당 기준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설을 앞둔 이날 강북구의 한 미등록 경로당을 방문해 "등록되지 않은 경로당이라도 어르신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여가 활동을 하는 장소인만큼 소외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안부를 묻고, 경로당 난방과 안전 점검 상황 등을 직접 살폈다. 현장을 떠나기 전에는 차례용 백일주, 유자청, 잣, 소고기 육포 등으로 구성된 설 명절 선물
울산시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9년 11월 환경오염과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체결한 '전기 공유자전거 운영 업무협약'을 갱신(기간 연장)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협약에 따르면, 전기 공유자전거 운영 대수는 1,000대며, 자전거 이용 요금은 잠금장치 해제비 500원, 1분당 100원으로 정했다. 주요 역할을 보면, 울산시는 공공에서 설치한 자전거 주차시설의 일정부분 사용 협조, 전기 공유자전거 이용의 활성화를 위한 안내 홍보 등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기 자전거 배치 및 서비스 운영·관리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
그해 겨울 여자는 프랑스로 그림을 배우러 떠났다. 아무런 의미 없는 꽃이 피고 비가 오고 좀처럼 오지 않던 눈마저 내리는 날들이 스쳐 갔다. 여자는 가끔 에펠탑이나 니스 해변의 여인들을 그린 엽서로 존재를 증명했으나, 남자는 그것이 사랑의 증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몇 번의 겨울이 오고 가고 몇 번의 국제우편이 날아들었으나 언제쯤 돌아오냐는 남자의 물음에 대한 답은 오지 않았다.너무 오래 버려진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었지만, 한 번씩은 지독한 몸살처럼 찾아와 온몸을 울리곤 했다. 남자는 자주 공항을 기웃거리며 활주로 유도등처럼 서
사람의 시간이라는 게 이렇게 아둔하다. 자연은 늘 생성되고 소멸되는 반복 속에서 한 겹 한 겹 시간을 채워간다. 때로 그 시간은 너무 길어 인간의 상상으로 가늠할 수 없는 먼 것일 수도 있다. 그 먼 시간을 돌아온 바위가 있다. 주상절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각이나 육각의 정형화된 몸을 가진 기둥들의 집합체다. 경주 읍천항에 가면 6,000만년의 시간을 꽃으로 건너온 절리가 있다. 부챗살처럼 활짝 펼친 겹겹의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찬란하다. # 한반도 유일한 부채꼴 주상절리그 바위들 앞에 서면 새겨진 시간이 궁금해진다. 어느 정도
그 마을은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성성한 푸른 솔숲과 수백 년 된 은행나무, 돌담길로 이어진 고택까지 길 위에서 만난다. 풍수에 따라 터를 잡고 나무를 심고 30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에서 서북쪽으로 50리 떨어진 포항시 기북면 오덕리 덕동마을. 길지에 집을 지어 집성촌을 이루었고, 마을 앞 물길에 재물이 빠져나감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은 것이 울울창창 소나무 숲이 됐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 집은 쇠락해졌지만, 격은 더 깊어졌고 숲은 늙었지만 청정한 기운으로 여전히 푸르다. 조선시대
날이 짓궂다. 구름이 포개져 금세 비라도 뿌릴 듯 낮게 내려앉았다.저기 포항 호미곶 어디쯤 가다 보면 너른 벌판의 풍경과 세한도가 중첩된다.봄이면 청보리로 뒤덮이고, 늦은 가을이면 늙은 옥수수 대 서걱대는 벌판에 옹기종기 선 소나무 몇 그루가 추사를 소환한다. 추사 김정희는 정조에서 철종의 세도정치가 관통하는 시대를 살다 간 서화가이자 실학자였다. 또한 금석학을 성립하고 추사체를 완성한 문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서로의 영역과 자리를 넘보는 싸움에서 추사는 패했고 꼼짝할 수 없는 음모 속으로 던져졌다. 불온한 시
가는 길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햇살에도 바람에도 가을이 올망졸망하다. 나무 끝에는 단풍의 향연이 고개를 내민다. 그 향연의 중간에 생성과 소멸의 이미지를 함께 가진 경주 건천이 있다. 경주 서악인 선도산 너머 너른 들판에 자리 잡은 건천으로 간다. # 왕의 금자를 묻은 '금척리 고분군'그곳에는 아주 오래된 과거의 시간이 현존한다. 2,000년 전의 무덤들이 모여 있다. 동경잡기에 따르면 금척(金尺)은 말 그대로 금으로 만든 자다. 예전 박혁거세가 하늘로부터 받았다는 금자는 아픈 자를 낫게 하고 죽은 자도 살리는 신통한
아버지는 저 길을 10여 년 다녔다.자전거에 하얀 1말짜리 술통 4~5개씩을 걸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도가로 향했다.막걸리를 말 통으로 받아와 되로 파는 마을의 유일한 공판장이 우리 집이었다. 모내기나 벼 베기 철이 되면 아버지의는 아침이 아닌 낮에도 술도가를 향하곤 했다. 일꾼들의 참이나, 반주를 논으로 직접 배달했다. 아버지의 하루는 그렇게 빈 통을 덜그럭거리며 도가로 향하는 게 시작이었다. 자전거는 굵은 바퀴와 철근으로 만든 짐받이가 달려있는 짐 자전거였다. 어린 내가 타기엔 너무 높았고, 크고 무거웠다. 그래도 프레임 사이로
풍경소리조차 잠든 유월 오후의 산자락에서 천 년 전 화석이 된 생명의 환생을 생각한다.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만어사를 찾아가는 길은 오만한 여름이 출렁거렸다. 신록은 절정의 색감으로 찬란했으나 도로는 쓰러지듯 낡은 질감으로 투덜거렸다. 해발 674m 높지도 낮지도 않은 만어산, 그 흘러내린 산자락에 자리 잡은 만어사와 어산불영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더뎠다. 어느 보름날 밤,구름이 하늘과 산들의 틈을메워 천지 구별 없는 시간이 되면어산불영 일만의 종석에는기다렸다는 듯 지느러미가돋고 비늘이 생겨나먼바다로 나아가는 환생을꿈꾸고
부처님이 오신 날로 전국의 절집이 야단법석이었다. 기원전 246년이 부처의 탄생으로 알려졌으니 벌써 2,00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길어야 100년을 못 사는 인간이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의 연속성 위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기록으로 남아 그 오래된 시간을 기억하고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명맥을 유지한 그 흔적들은 역사가 되고 문화재가 된다. 세월의 풍상 앞에 가람은 남루해졌지만 고색이 창연해졌고, 규모는 작아졌지만 진귀한 보물을 품은 천년고찰 호국도량 신흥사를 찾아간다. # 4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 발걸음은 무겁다. 가덕도 가는 길은 그래서 하늘도 낮게 내려앉아 온통 희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울산에서 거제를 가는 길목에 위치한 가덕도는 부산의 끝자락에 앉은 섬이다. 부산이 품은 가장 큰 섬이지만 거제도와 연결하는 해저터널과 거가대교의 떠들썩함이 있기 전까지 조용한 은둔의 섬이었다. 가끔 신문방송에서 가덕도의 전통적인 숭어잡이인 '육수장망'을 소개하면서 알려지기도 했지만,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작은 어촌마을 일뿐이었다. 그러나 한적해 보이는 이 섬이 겪은 시대의 부침은 참혹했고 강제노동의 고통
울산의 진면목은 밤에 드러난다.어스름 해가 지면 석유화학공장은 주황과 백색의 빛으로 뒤덮인다.휘황찬란한 불빛 아래로 석유 정제와 추출, 분리의 화학적인 장치들이 물리적으로 정렬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눈과 손들이 모든 공정을 지켜보며 한 치 오차도 없이 운용하고 있다. 베셀이나 타워라는 이름을 가진 플랜트들은 눕거나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원자재나 그 결과물들을 담은 저장용 탱크들의 엄청난 크기는 사람을 압도한다. 1962년 1월 울산은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됐다. 대형 선박이 접안 가능한 깊은 수심은 항만 조성
울산대학교병원(병원장 정융기)은 지난 1일 개원 47주년을 맞아 포상수여식 및 온라인 개원기념식을 진행했다. 이날 포상수여식에는 이상곤 심장내과 교수가 심혈관 진료 및 연구 등 병원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교수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한 우수 직원과 부서에 대한 공로상도 수여했다. 정융기 병원장은 기념사에서 "연간 100만명의 환자가 찾는 대형병원으로 성장한 울산대병원은 지역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암, 심뇌질환, 중증외상 등 고위험 중증질환에 특화된 명실공히 지방 최고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
한아름나눔사회적협동조합(대표 조재영)은 24일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정석)에서 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200만원 상당의 설 명절 모둠전 200인분 지원 협약식을 개최했다. 조재영 대표는 "코로나 감염재난의 장기화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동구 주민들이 더욱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정석 관장은 "취약계층을 위해 직접 조리한 모둠전을 지원해 주신 한아름나눔사회적협동조합에 감사드리며,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정규재기자 usjgj@
새들의 세상엔 경계가 없다. 사람들의 인위적인 땅 나눔은 대륙과 반도를 가르고 그 반도 허리쯤 철책으로 또 155마일을 단절시켰다. 삼엄하거나 견고한 그 물리적인 단절을 새들은 개의치 않는다. 몽골의 남쪽 초원지대서 삶을 영위하던 독수리들이 2,000여㎞를 건너왔다. 초원을 지나고 산맥을 넘고 강을 건너며 하루에 70여㎞씩 보름간에 걸친 길고 긴 여정이었다. 그렇게 중단없는 날갯짓으로 찾아온 곳이 울주 범서 입암들이다. 혹독한 겨울 추위에 내몰린 새들의 선택은 생존 영역의 확장이었고, 어떤 연유로 이 반도의 남쪽 끝까지 왔는지 사람
'…고마웠어. 잘 지내!'여자가 건넨 마지막 소식이었다. 바다 보러 갈래? 여자의 한마디에 무작정 달려 마주한 곳이었다. 길 하나를 곁에 두고 바다를 접한 작은 카페. 커피향이 은은했다. 햇살이 빗금으로 누운 테이블 위로 이사오 사사키의 'One fine spring day'가 늘어졌다. 늦은 오후의 바다는 보석처럼 반짝거렸고 여자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하얀 커피잔과 잘 어울렸다. 시간은 맑았고 깨끗했다. 남자는 풋풋했고 여자는 싱그러웠다. 말이 없어도 어색함이 없었고 자기 안의 세상에 빠져있어도 무료함
가을이 완연해졌습니다. 태화강변의 억새꽃은 갈수록 풍성해지고 울산 전역 가로수들이 울긋불긋 색색의 치장으로 계절의 절정을 선사합니다. 울산대공원 핑크뮬리는 분홍으로 염색한 듯 부풀어올랐습니다. 환한 가을만큼 어느덧 일상 회복의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6주간 확진자 폭증 등의 큰 변수가 없다면 우리 사회도 위드코로나로 완전히 진입할 것으로 생각됩니다.한편으론 난데없이 국제유가의 폭등으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가뜩이나 힘든 서민생활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자 급기야 정부가 한시적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만 그 효
저기 억새꽃 만발한 강어귀 어디쯤 조개섬이 있었더랬지요.때론 친구 같았고, 때론 형 같았고 어떨 땐 어머니 같았던 누이들과 자주 꼬시래기 잡으러 다니던 곳이었지요.가을 햇살 말간 날, 뒷산에서 시누대 꺾고 지렁이 몇 마리 잡아 나서면 지척이었습니다.가끔 기다림에 지쳐 염초 위에 두 팔 베고 누우면 파란 하늘이 출렁이듯 내려오고 갈바람 수군수군 귓불을 간지럽히기도 했습니다.현대차 울산공장이 지금처럼 강변을 다 차지하지 않았을 때 저기 5공장 어디쯤인가 끝 간 데 없이 너른 뻘밭이 있었지요.그 뻘밭을 달려가면 게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가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해 다음달 생산량을 기존 계획보다 줄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면서 코나와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은 다음주 휴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아이오닉 5의 구동모터를 생산하는 설비에 일부 문제가 발생하면서 당초 계획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다음달 아이오닉 5의 생산 계획을 1만대에서 2,600대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아이오닉 5의 생산
창녕으로 가는 길은 비어있다. 터널 일색인 울산~밀양 고속도로를 거쳐 천왕재를 넘는다. 젊다는 자만감으로 한때 바이크를 타고 자주 넘던 길에 앙상한 나무들만 팔을 뻗어 그날을 기억하는 듯 하다. 천왕산은 청도와 밀양, 그리고 창녕을 가르는 능선으로 창녕의 주산인 화왕산과 마주보고 있다. 천왕재는 그 경계의 고개다. 화왕산을 북으로 돌아 관룡사로 향한다. # 1천여명에 설법하던 신라 8대 사찰 중 하나관룡사 들어가는 길은 여느 절과 다르지 않다. 창녕군 화왕읍 옥천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산으로 들어간다. 하늘을 뒤덮은 나무들이 예사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