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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숙 경주 월성중 교사
홍경숙 경주 월성중 교사

막내가 작년 8월에 군입대를 했다. 당시 3개월 훈련기간 동안 1,200자 이내의 인터넷 편지를 보낼 수 있다기에 임관하는 날까지 매일 글을 보냈다. 

그때마다 최소 1,200자를 보내고, 어떤 날은 연애편지 쓰듯 1,200자를 3번씩 적어 보내다 보니 훈련 3개월 동안 보낸 편지가 A4용지로 112쪽이나 됐다. 한 권의 소책자가 만들어지다니 그저 놀랍고 뿌듯했다. 나름 창작의 기쁨도 맛볼 수 있었다.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군에서 인터넷 편지를 1,200자 이내로 적으면 그날그날 프린트해서 전달해주고 매주 차마다 훈련 사진과 소대원들과의 단체 사진을 찍어서 올려 주고 '효 전화'라고 해서 주말에 가족들과 통화도 하게 해줘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니 안심도 되고 참 좋은 세상임을 실감할 수 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문득 아들이 그리웠다. 그래서 당시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다시금 읽어 보게 됐다. 첫 인터넷 편지는 '택배'였다. 

'오늘 퇴근하니 네가 가져갔던 물품들과 편지랑 해서 택배가 와 있더구나. 마치 네가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지더구나. 이젠 네가 부모의 보금자리를 떠나 너의 세계로 멀리 날아간 느낌이었어. 그래서 시원섭섭함이라고나 할까? 네가 보내온 손편지를 소리 내어 아빠에게 들려줬더니 아빠가 엄청 흐뭇해하시고 많이 웃으셨단다. 너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아빠의 장교 시절이 회상되는 듯, 듬직하고 늠름해진 너의 성장에 대해 이젠 안심이 된다는 뿌듯함을 느끼시더라. 인터넷 편지를 많이 많이 써달라는 너의 말에 1주일에 한 번씩만 쓰려고 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네가 임관하는 날까지 매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마음으로 너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매일 매일 텔레파시로 전달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맞더라.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의 마음은 연결이 되더라. 오늘도 범사에 감사하며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즐겁게 훈련에 임하렴.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일체유심조란다. 사랑한다. 아들아!' 

그리고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띈다. 

'안녕~~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기 바란다. 시간이 휙 지나가는구나. 이젠 적응이 됐을 것 같구나. 적응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 느껴지지만 적응되면 어느새 금방 임관일이 될 거야. 어색하고 불편했던 모든 것들이 어느샌가 익숙해지면 금세 시간이 가는 것들을 경험했거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거라고 생각하렴. 사람들이 사는 곳 어디든지 그 나름대로 정해진 규칙이 있기에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고 물 흐르듯이 순응하면서 지내렴. 중요한 것은 항상 지금 현재 여기에 집중하고 어느 곳이든 주인 정신으로 임하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을 흡수하고 공부 거리로 삼으며 지금 함께 하는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고 상대를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란다. 지금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부름을 받아 그곳에 있기에 사적인 삶이 아닌 공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극기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훈련에 임하면 더 멋진 장교로 거듭날 거야. 네 덕분에 매일 1,200자 이내의 편지를 쓰게 돼 즐겁고 기쁘구나. 다만 오고가는 양방향의 편지가 아니라서 아쉬움이 있지만 이심전심이라 괜찮단다. 네 덕분에 매일 편지를 써보니 글쓰기를 사는 날 동안 매일 적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 왜냐하면 글을 적는 시간들이 엄니에게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더라. 너도 지난번에 글을 적어야겠다면서 여러 개의 글을 적어서 보여줬듯이 너도 훈련받는 중이지만 그날그날 경험들을 글로 기록을 해보렴. 아무리 화가 나고 열 받는 일이 온다 할지라도 하늘이 주는 메시지에 집중하면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오고 영혼이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더라. 오늘도 잘 지내렴. 사랑해'

매일같이 연애편지를 쓰듯 3개월간 편지를 썼던 기억이 새롭다. 편지를 쓰는 순간들이 참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덕분에 중학교 때 가졌던 작가의 길을 갈 수 있는 물꼬가 트인 것 같고 아들 덕분에 창작의 기쁨을 맛보는 계기가 돼 그저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글 쓰는 즐거움을 맛보았으니 이제 매일같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공부 거리로 삼아서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려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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