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난 혼자인 적 없어 / 이근정 지음
난 혼자인 적 없어 / 이근정 지음

30도가 넘는 여름인데 이상하게 마음은 오슬오슬 춥다.
 책꽂이에서 이근정 시인의 첫 동시집 '난 혼자인 적 없어'를 꺼냈다. 

-세상의 끝은 없어요. 지구는 둥글거든요. 그러니 아무리 걸어도, 우리는 혼자 있지 않아요. 혼자 있을 수가 없어요. 반드시 누군가를, 무언가를 만나게 되거든요. 힘든 날이면 "나 좀 울 것 같아." 소리 내서 말해요. 분명히 누군가 듣고 있어요.
-시인의 말 중에서 -

 맞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사람은 못 만날 수도 있지만, 나무를 만나거나 참새를 만나거나 길고양이를 만날 수는 있다. 느긋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근정 시인이 쓴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

# 난 혼자인 적 없어

아무도 내 맘 몰라!
공원에 나와
혼자 앉았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자꾸 쳐다 보길래
할 수 없이 웃어 보이고

형아! 지금 몇 시야?
꼬맹이가 달려와서 묻길래
네 시라고 알려 주고

모기가 자꾸 달라붙어서
쫓아내니
쎄- 쎄쎄-
귀뚜라미가 호 해 준다.

혼자 있고 싶어도
혼자 있을 수가 없다

"너 진짜 혼자 있고 싶었던 것 맞아?"
아이에게 묻고 싶다. 궁금한 게 많은 아이가 틀림없다. 진짜 혼자 있고 싶었으면 공원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을 테니까. 그러면 할머니도 꼬맹이도 보이지 않았을 거니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아이 얼굴을 상상하다 혼자 벙실거리며 웃고 만다. 

# 그림자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같이 모여 있지만
나만 홀로 있는 느낌
여기 지금 내가 있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맞장구만 치는 나는
그림자야
따라다니기만 하지
발끝에 매인 채
거울에 조차 비치지 않는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51편의 시들 중에 혼자인 아이의 감정을 다룬 시만 눈에 들어온다. 어른이든 아이든 친구는 필요하고 누구보다 중요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누군가 자신이 그림자라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림자를 읽으면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혼밥, 혼술 등 일상에서 혼자 하는 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할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는 세태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함께, 라는 말이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함께 할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고 했다. 
 "어이! 친구. 이제 어두운 생각은 지우고, 우리 함께 좀 걸어볼까?"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