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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시가 일렁이는 교실'을 펼치면 해맑은 아침 인사가 오가는 교실에서 홀로 얼굴에 먹구름을 잔뜩 드리운 아이가 있어요. 오늘 직접 쓴 시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시 낭송의 날'이기 때문이죠.

시 쓰기 모둠 활동이 다가올수록 아이의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 입도 꾹 얼어붙어요. 그때 새콤달콤 화려한 옷을 입은 플롯섬 선생님이 아이의 곁으로 다가와요. 플롯섬 선생님은 아이에게 묵묵한 영웅들이 나오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어요. 짓궂은 친구들의 장난에는 단호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겪었던 멋진 모험도 이야기해 주었죠. 플롯섬 선생님의 말과 몸짓은 아이에게 행이 되고 운율을 이루고 연을 만들며, 한 편의 시로 완성되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아이는 보그르르 부풀어 오르는 자신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죠.

아이가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건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이었어요. 플롯섬 선생님은 느리게 흘러가는 아이의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 주고, 숨결처럼 가느다란 속삭임에도 귀 기울여 주었죠. 그런 선생님의 격려와 지지가 아이에게 다시 한번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줘요. 

아이가 용기를 내어 친구들 앞에서 시를 발표하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비록 교실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거센 바람에 휩쓸리는 느낌이 들고, 가파른 산에 오르는 기분이 들어도, 아이는 절대 멈추지 않았어요. 그리고 시를 낭송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마주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되죠. '

'시가 일렁이는 교실'은 선생님의 아낌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그림책이자, 아직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한 친구들에게 용기를 건네는 그림책이랍니다. 자 우리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그림책과 손잡아 볼까요. 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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