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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목욕탕 책표지
호박 목욕탕 책표지

꽁꽁 언 추위를 즐거운 유머로 녹이는 유쾌한 이야기 『호박 목욕탕』은 일본 통산 180만 부 베스트셀러 '빵도둑' 시리즈의 작가 시바타 케이코의 신작 그림책입니다. 

 사이좋은 세 친구인 곰이랑 알파카랑 고양이는 집으로 가는 길에 맛있는 냄새를 쫓다가 커다란 호박 목욕탕을 만나게 됩니다. 목욕탕 앞 간판에는 호박 안에 담긴 수프를 절대 먹지 말라고 적혀 있었지만, 배가 고픈 셋은 달콤한 수프를 배부르게 먹고 맙니다. 하지 말라는 일을 저지른 새하얀 세 동물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줄거리를 보면, 곰이랑 알파카랑 고양이는 매일 함께 노는 사이좋은 친구입니다. 몸 색이 하얀 것도 똑 닮았지요. 어느 추운 날 셋이 함께 숲길을 걷는데 아주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옵니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호박이 있습니다. 호박 안에는 달콤하고 맛있는 수프가 가득합니다. <호박 수프 목욕탕>이라고 적힌 간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지요.

 오늘은 몹시 추운 날입니다.

 따뜻한 목욕탕에서 마음껏 쉬세요.

 단, 수프는 절대 먹지 마세요.

 셋은 따끈따끈 목욕탕에 들어가 몸을 녹입니다. 배가 고파진 세 친구는 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지만, 참지 못하고 달콤한 수프를 꿀꺽 먹고 맙니다. 그랬더니, 새하얗던 몸이 온통 호박 수프 색으로 물들고 말지요. 수건으로 아무리 닦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터벅터벅 길을 걷다가 이번에는 하얀 스튜 목욕탕을 만나게 됩니다. 

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역시 먹지 말라고 쓰여 있었지만, 스튜를 먹으면 왠지 몸이 원래 색으로 돌아올 것 같은데요. 과연 세 친구는 맛있는 스튜의 유혹을 참을 수 있을까요? 새로운 목욕탕을 만날 때마다 색다른 맛과 사건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고, 호기심이 이성을 앞서는 성격의 못 말리는 주인공들은 볼수록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을 닮았습니다. 

 세 친구가 세 번의 목욕탕을 만날 때마다 금기를 가볍게 넘고 예측 불가한 반전을 맞는 이야기는 독자를 책 속에 더욱 흠뻑 빠져들게 합니다. 반복적인 구조 덕분에 다음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지요. 세 친구의 다양한 표정 변화와 호박과 냄비, 컵처럼 개성 넘치는 목욕탕의 모양도 볼거리를 더합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목욕탕이 나타날지, 세 친구가 과연 맛있는 유혹을 참을 수 있을지, 기대를 즐겁게 배반하는 결말에 웃음이 절로 터지는 유쾌하고 따뜻한 겨울 그림책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우리 따끈따끈 호박 목욕탕에 몸을 녹여보아요. 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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