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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서덕출문학상 후보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가 지난 11월 27일 오후 남구 달동 울산신문사에서 배익천 심사위원장(영남아동문학상 운영자) 등 심사위원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제17회 서덕출문학상 후보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가 지난 11월 27일 오후 남구 달동 울산신문사에서 배익천 심사위원장(영남아동문학상 운영자) 등 심사위원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

울산 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아동문학가에게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된 서덕출문학상이 올해로 17회째를 맞았다. 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 사이에 발간된 아동문학 작품집을 대상으로 공모를 시작했다. 공모와 함께 투고 또는 추천을 받은 결과 전국에서 모두 40여편의 작품이 응모됐다. 이후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하고 심도있는 심사를 거쳐 제17회 서덕출문학상 수상자로 '모든 순간이 별'을 펴낸 장세정 씨가 선정됐다. 올해의 심사평과 당선 소감, 주요작품을 소개한다. 편집자

[ 심사평 ]
제17회 서덕출문학상 본심 심사장에서 '선생님이셨어요?' '성함과 작품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이렇게 만나니 더 반갑네요.' 이런 인사가 오갔다. 

 멀리 수원, 충주, 보은, 부산에서 울산으로 모였다. 

 그만큼 다섯 명의 각지의 심사위원들이 철저한 익명 속에서 예심을 진행했다. 

 자천 타천으로 추천 접수된 동시·동화집이 40권이었고 심사위원마다 3권의 후보 작품집을 추천해 본심에 회부, 가장 추천이 많은 작품집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그 결과 심사위원 4인의 추천을 받은 장세정의 동시집 '모든 순간이 별'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크게 이의가 없었다.

 접수된 40권의 작품집들은 어떤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을 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심사위원 2인의 추천을 받은 2권의 작품집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지만 심사평에서 거론을 하지 않기로 협의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작품집들은 세상에 나와 나름대로의 확고한 문학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어 섣부른 심사평으로 큰 결례를 범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여담이지만 실제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의 유쾌하지 못한 문학상 낙선의 경험담에 심사위원들 전원이 크게 공감을 한 바였다.

 수상 작품집 장세정의 '모든 순간이 별'에 수록된 51편의 동시 마다 각자 다른 아이가 존재하고 있다. 

 어른들의 잣대와 의식에 획일화 되지 않은 아이가 본연의 자유로운 모습으로 온갖 사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고 또한 씩씩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시인은 간섭과 참견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폭 넓은 사유로 그런 아이의 성장 배경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알맞게 깔아주고 있다. 

 이보다 더 바람직한 아동문학 작품이 없다는 심사위원 전원의 찬사가 수상 작품집 '모든 순간이 별'에 모아졌다. 어쩌면 동시 속의 건강한 아이들이 별빛이 돼 심사위원 전부를 불러들였는지도 모른다. 

 아동문학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역시 동시·동화를 통해 자연과 사물과 조우하며 더불어 자신의 삶의 결구를 찾아가는 고귀한 여정이라고 믿는다. 

 그 여정이 바로 짧은 생을 살다간 아동문학가 서덕출님이 우리에게 남긴 큰 숙제이며 그래서 이렇게 정성과 사랑을 담아 서덕출문학상으로 기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상을 한 장세정 동시인에게 축하를 드리며 귀한 저서로 서덕출문학상에 동참해 주신 모든 아동문학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심사위원 일동
 

장세정 동시인. 작가 제공
장세정 동시인. 작가 제공

[ 장세정 동시인 당선 소감 ]
"오롯이 시로 연결되는 따뜻하고 신비한 순간"

서덕출문학상을 선물로 안겨주신 울산신문 관계자분들과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정성껏 시를 읽고 동시집을 출간해주신 상상 출판사에도 머리 숙여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림으로 동시집을 빛내주신 손미현 작가님께도요.

 동시를 쓴 지 20년 가까이 돼갑니다. 멈추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천천히 동시와 같이 걸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눈길이 많이 닿지 않아도 변방의 동시가 좋았습니다. 더 자유할 수 있고 나다울 수 있으니까요. 

 살면서 꿈을 꾸고 넘어지고 실패해도 시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서 결국엔 '모든 순간이 별'이었습니다.

 '눈꽃송이'라는 시를 통해 '크고 작은 오막집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나부끼니 / 보기도 좋네'라고 적어나갔던 서덕출 선생님의 마음을 떠올려봅니다. 

 삶의 굴곡 속에서도 '보기 좋'은 것을 향해 있던 그 마음이 시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짧은 생애 속에서 오롯했던 시의 향기가 오늘 저에게 닿았듯 또 어딘가로 흘러갈 것을 압니다. 

 시공간을 넘어 우리가 시로 연결되는 일은 참 따뜻하고 신비한 일 같습니다. 

 문학이 우리 삶을 조금은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준다는 믿음을 함께 살아내는 일이니까요.

 기쁠 때도 외로울 때도 두려울 때도 글의 힘을 믿고 잡은 손 놓지 않겠습니다. 

 오늘 따뜻하고 신비한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늘 응원을 주는 가족과 문우들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약력
ㆍ1987년 경남 산청 출생
ㆍ2006년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시로 등단
ㆍ2014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 
ㆍ2015년 기독 신춘문예 동화 당선
ㆍ동시집 '핫-도그 팔아요' '튀고 싶은 날' '여덟 살입니다' '모든 순간이 별' '스트라이크!(공저)', 동화 '피겨에 빠진 걸' '내가 없으면 좋겠어?(공저)' 등 펴냄.
ㆍ현재 우리동시연구소에서 동시 창작 강의자로 활동

제17회 서덕출문학상에 선정된 장세정 동시인의 '모든 순간이 별'. 작가 제공

[ 주요 작품 ]

먹기 대장

서율이는 먹어 
과자 사탕 아이스크림 껌 
안 가리고 먹어 
만날 만날 먹어 
언니 것도 훔쳐 먹어 
그러다 머리 꽁 쥐어박혀 
돼지라고 욕도 먹어 
입을 함지박만 하게 벌리고는 
울보 떼쟁이로 일등 먹어 
언니랑 안 놀아 줄 거야
큰소리치면서 
놀이터를 씩씩 내달려 
그렇게 또 한 살을 
훌쩍 먹어 치워

지키는 법

우리 수현이 주사 맞힐 때 
나도 예방 주사 꼭 맞아 
수현이 운동시키고 나면 
나도 동네 한 바퀴 돌아 
영양제도 챙겨 먹고 
기도도 열심히 해 
아픈 아이를 지키려면 
엄마가 쓰러지면 안 되잖아 
내가 나를 지키는 게 아니고 
누워만 있는 우리 수현이가 
나를 지켜 주는 거야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친구야 너도 잘 지내라

손 그림자
불 꺼진 방에 
손전등 켜고 
그림자 새를 불러내
그림자 새는
날개를 퍼덕이며 
창밖으로 날아올라
일 마치고
엄마가 돌아오는 길 
달빛 되어 비추고 
진창길 비탈길 
수호천사 되어 지키지
동네 어귀를 도는 
엄마 머리 위엔 
오늘도 먹빛 새 한 마리
비요오오~

봄동

아따
나가 뭐슬 알간디 
바닷바람 겁나 부는 디서 
까무러치면서 컸어라
눈 오면 눈 맞고 
비 오면 비 맞고 
얼었다 녹았다 험서 
이리 동동 저리 동동 
죽을 둥 살 둥 
푸릇푸릇 이겨 냈어라
달리 뭐슬 하간디 
정신 차리고 본께 
봄이더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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