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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린 작가 '펭귄의 모험' 표지
김태린 작가 '펭귄의 모험' 표지

도시에서 나고 자란 펭귄이 있다. 광활하고 눈부시게 흰 눈밭보다 빽빽한 빌딩 숲과 따분한 교통 체증이 훨씬 익숙하다. 펭귄은 심지어 유명한 스타여서 스튜디오에서 화보 촬영을 하거나 무대에 오르는 등 그 어떤 인간보다 현대 문명을 즐기는 중이다. 간혹 바쁜 일정이 벅찰 때도 있지만 든든한 친구이자 매니저가 늘 곁에 있다.

펭귄은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이 대도시가 그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다. 그럼에도 펭귄은 덤덤하면서도 진솔하게 고백한다.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가끔 외로울 때가 있어"

이것이 과연 도시에서 나고 자란 펭귄만의 목소리일까? 내가 처한 환경과 일상이 어쩐지 맞지 않는 옷 같을 때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우연한 기회로 남극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인간들)과 떨어지게 된 펭귄은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일생일대의 기로에 선다. 

남극을 처음으로 '모험'하게 된 펭귄의 여정을 따라가며 끝내 펭귄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되는지 지켜보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풀 수 없는 숙제를 안고 갈팡질팡하던 마음속에 시원한 용기가 깃들 것이다.

그 외에도 작가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담아 숨겨 놓은 이스터 에그가 있으니 뜯어볼수록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펭귄들이 설산을 오르는 장면에서는 점처럼 그려진 펭귄 무리 말고 커다란 펭귄이 하나 숨어 있으니 책으로 꼭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자연스러운 삶의 방향을 추구하는 주인공 펭귄 20년 차 방송 작가로 활동 중인 김태린 작가의 '펭귄의 모험'은 그가 작가로서 키워 온 상상력과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면서 얻은 경험의 산물이다. 

남극에서 만난 다채로운 풍경을 독특한 상상과 결합해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손수 담아내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진 그림책이라 그런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 같다. 공감과 위로를 얻기에 충분하다. 

타고난 대로 살아가는 자연스러움과 '나'를 알아가는 펭귄을 통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스스로를 깨달아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김이삭 시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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