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얼굴을 할퀴다 콧물까지 얼게 만드는 아주 추운 날이에요. 12월 막바지, 여태까지 추위를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은 정말 겨울의 근육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이런 날은 오랫동안 켜지 않았던 전기난로를 켜 봅니다. 난로 옆, 생강차에 꿀 세 스푼을 넣고 후루룩 마시며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그때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가 씨익 웃고 있어요. 지난주에 사과로 유명한 충주에 사는 꽃잎네장 멤버 선생님이 신간을 냈어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었지요. 표지부터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읽어야 할 다른 책이 쌓여 있는데 이 책
무사히 12월을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축하의 말을 올립니다. 2021년 12월 19일 일요일 새벽이 지나고 있는데도, 올 한해를 어떻게 갈무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고 한없이 깜깜하기만 했습니다. '동심의 숲 산책'을 하면서 이렇게 막막한 때는 없었습니다. 내내 기다리는데도 기다리는 이는 기척도 없었습니다. 아침밥을 준비해서 먹고 차 한 잔 뜨겁게 홀짝이면서도 기다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지 않는 이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하루를 보낼 수는 없는 일이라 '어쩌다 도시농부' 숙희쌤께 톡을 보냈
주인공 은우는 여덟 살 남자아이예요. 초등학교 1학년인데 동생을 잘 챙기지만 가끔 심술을 부릴 때도 있어요. 유리창에 부딪혀 기절한 참새를 가엾게 여겨 치료해주지만, 아빠와 엄마가 무서워하는 바퀴벌레를 손바닥으로 잡기도 해요. 비 오는 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고래를 만날 수 있다며 조르기도 하고, 반도로 잡은 물고기는 "병졸 물고기가 없으면 용궁이 텅 빌 거예요"라면서 놓아주자고 해요. 은우가 보는 세상은 어른들이 보는 세상과 참 달라요. 동화작가인 할머니는 은우를 위한 동화를 선물하고 싶어서 은우의 열두 달 에피소드를 썼어요.
해 질 무렵, 소 먹이던 동네 오라버니들이 소를 몰고 집으로 들어갈 때쯤이면 꼬맹이 여자아이는 뒷산에 올라 온종일 풀밭에 메어둔 염소들을 몰고 집으로 내려온다. 어떤 날은 좀 일찍 산을 오를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염소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핀 이름 모를 야생화에 끌려 한 아름 꺾어오기도 한다. 부지런히 꿀을 따던 꿀벌에게 말을 건넨다. "너도 이 꽃에 놀러 왔구나! 꿀 많이 땄니? 집에 가면 너의 엄마가 좋아하겠네." 인사하듯 한마디 건네면, 시샘하듯이 날갯짓을 하는 나비에게도 잊지 않고 말을 건넨다. "안녕 나
목화꽃 본 적 있나요? 저는 어릴 적 밭에서 키운 목화를 보기도 하고 그 열매를 먹어 본 적도 있답니다. 맛은 촉촉하면서도 아주 달콤해요. 목화꽃은 처음엔 하얀색이다가 점점 분홍색으로 변해요. 무궁화 비슷한 꽃으로 아주 예쁜 꽃으로 기억해요. 옛날 목화 농사는 서민들에게 아주 귀한 농사이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귀한 작물이었어요. 김바다 선생님이 귀한 책을 내셨어요. 이 책은 바로 목화 이불에 관한 따뜻한 그림책이랍니다. 선생님은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회원이며 생태적인 삶을 살고 싶어 재생
11월을 좋아합니다. 그 나무를 좋아합니다. 몸뚱이가 꽝 마른 그 호숫가의 시커먼 한 그루 나무를 좋아합니다. 11월엔 첫사랑을 만나고 싶었고, 첫 책을 내고 싶었고, 해마다 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어느 날 사랑이 왔고, 오랫동안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지만, 그 나무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는, 그냥 시커멓고 꽝 마른 그 호숫가의 아름다운 한 그루 나무일 뿐입니다. 굳이 이름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사랑을 하는 데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기다리는 이가 올 것입니다. 끝내 아니 올 수도 있
이름 짓기를 무척 좋아하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낡은 자가용에게 '베치'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할머니가 앉아 쉬는 헌 의자에게는 '프레드'라는 이름을, 밤마다 누워 자는 침대에게는 '로잰느'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오래오래 살아온 집에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지요. -첫 페이지 글- 친구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자기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들에게만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순해 보이는 갈색
늦은 저녁 시간 대구에서 대학 다니던 딸아이가 주말이라고 집에 내려왔다.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딸아이의 가슴에 뭔가를 품고 있는 듯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내심 조금은 기대를 하며 외투로 감싸고 있는 딸아이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 내 가슴에 속에 뭐가 있는지 알아맞혀 봐라?" 하면서 눈웃음을 흘리는 거였다. 대학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알바를 했던 것도 알고 있고, 며칠 있으면 엄마 생일이니까 가슴에 품고 와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려나 보다 생각하면서 어른답게 굴려고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엄마 생신 선물
울산 지역에서 동시를 아주 잘 쓰는 시인으로 통하는 남은우 시인의 동시집 '우산이 뛴다'가 나왔습니다.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가을을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이 이 동시집을 거두어들인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동시집 속에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친구들의 분주한 발자국과 발랄함이 가득 묻어나요. 어떤 작가는 이 책을 보고 한 편도 버릴 게 없는 알곡 같은 시들이 콕콕 박혀 있다고 했어요. 저는 거기에 더해질 정겨움과 따뜻함도 발견했어요. 한번 볼까요? # 우산이 뛴다 태
'우끼가 배꼽이 빠질라'는 2021년 울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에 선정되어 출간한 책입니다. 2019년에 낸 '하늘만침 땅만침'에 이은 울산사투리 제2탄입니다. 작가 박해경은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살고 있는 울산 토종이며 진정한 울산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집의 탄생은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2014년에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아동문학을 시작했으나, 여러 방면에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시를 잘 만들 줄 아는 작가입니다. 어떻게 써야 되는지
어린이들 마음에 와닿는 동화와 동요 노랫말을 쓰며 어린이들을 만나는 황미숙 작가의 단편동화집입니다. 여섯 편의 작품은 주제는 다르지만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일을 재치있게 이야기로 풀어갑니다. 오늘은 여섯 작품 중에서 '흰 고양이 109'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소민이는 알레르기가 심해서 팔뚝에 진물이 나고, 콧물이 흐르고, 연이어 재채기가 나서 마음고생을 하는 아이입니다. 소민이는 급식실에서 재채기를 해 은서 옷에 밥알과 떡갈비 조각을 묻히는 바람에 은서와 멀어집니다. 은서가 "으, 더러워. 네 손이나 씻어
집이 너무 가난하여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 다니는 게 소원이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5녀 1남에 맏이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던 해에 약초꾼이던 아버지가 독사에 물려 시력을 잃었다. 그 후 어머니는 막노동 현장에 나가서 어렵게 생계를 이끌어 나갔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월사금을 내지 못하여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막 입학한 두 살 아래 동생을 위해서라도 그만두고 집안일과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오후가 되면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움과 초라함이 밀려와 견딜 수 없는 우울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동생들
얼마 전에 아주 멋진 야생화 책을 선물 받았어요. 책을 펼치니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스물일곱 가지의 야생화가 가진 저마다의 특징이 아름다운 시와 동화로 소개됩니다. 감성적인 시의 한 편엔 작가가 직접 살피고 그린 세밀화가 펼쳐지고 책장을 넘기면 야생화에 얽힌 유래를 쉽고 재미있는 동화로 풀어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동물과 식물이 있습니다. 우리가 죽기 전까지 다 알기도 쉽지 않을 만큼 그 종수와 개수는 엄청나지요. 하지만 무한하게 존재할 것 같은 생물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게
'까만 색종이도 필요해'는 2021년 9월 10일 브로콜리숲에서 발간한 전자윤 작가의 첫 동시집입니다. 이미 동화책 '그림자 어둠 사용법' '비밀은 아이스크림 맛이야'를 낸 작가는 2018년 '부산아동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 등단했으며, 2020년 동화부문 샘터상과 한국안데르센상 동시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 동시집은 2021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출간했습니다. # 할머니 공책 한글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 네모 칸칸
한복 입은 남자는 자꾸만 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눈짓을 외면할 수 없었다. 분명 처음 가는 길인데 걸어본 듯하고 낯선 장면인데도 본 듯한 장면일 때가 있다. 한복 입은 남자가 그랬다. 분명 낯선 사람인데 어디선가 본 얼굴이었다. 한복 입은 남자와 눈을 맞췄다. '나는 400년 전 왜국에 포로로 잡혔다가 남만에 노예로 팔려갔답니다. 내 이야기를 전해 주세요.'(작가의 말 중에서) 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전학 온 태리는 정우와 짝이 됩니다. 태리의 증조할아버지는 이민 1세대로 사탕수수밭에서
어머니께서 고등어를 사 오시면 꼭 한 마리씩 통째로 물고가고, 처마밑 높은 곳까지 매달아 놓아도 물고 간다. 부엌에서 생선을 구워 밥상을 차리고 있는 중에도 몰래 소리 없이 들어와서 생선구이를 물고가고, 아무리 단속을 하여도 훔쳐 가는 것에 유달리 뛰어났던 옆집 고양이가 얄미워서 눈에 띄기만 하면 혼내준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부터 옆집 고양이를 미워하고 싫어한 것은 아니다. 아기 고양이 때부터 귀여워하고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먹을 것도 주었고, 그 고양이도 필자를 잘 따랐고 옆집 고양이지만 서로가 참 사이좋았었는데 언제부턴가 훔쳐
얼마 전, 울산지역에서 성실하게 활동해 온 최봄 작가의 신간 '해녀, 새벽이'가 나왔습니다. 2016년 대곡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울산 역사 속의 제주민-두모악. 해녀 울산에 오다'를 통해 이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최봄 작가의 대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주도 해녀박물관도 찾아가고 해녀 박사님이라 불리는 좌혜경 박사님도 만났으며 울산 정자 해녀마을을 찾아 직접 만난 해녀의 이야기가 작품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런 열정으로 이루어낸 '해녀, 새벽이'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역사
박선미 작가의 동시집 '먹구름도 환하게'(2020·아이들판)는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지역문화 예술특성화지원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아서 낸 작품집입니다. 54편의 군더더기 없고 단정한 언어의 그릇에 담긴 다양한 일상을 형상화한 동심이 모범 답안지처럼 느껴집니다. 님들과 함께 읽고 싶은 작품 중 세 편을 소개해 봅니다.반성문 향유고래의 뱃속에서 나온 밧줄그물페트병비닐봉지플라스틱 컵100kg 우리가 써야 할반성문의 무게마음이 뜨끔합니다.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깊이 반성
울산 미포는 울산의 해금강으로 하얀 모래밭이 이어져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입니다. 북동쪽 해안 모래 해변을 따라 안미포와 바깥미포 청정 해안이 펼쳐져 있어,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놀이터 삼아 일터 삼아 살았다고 합니다. 안미포 홍상도 바다 밑은 해초 숲이라 어류자원이 풍족했고, 바깥미포의 우뚝 솟은 바위들은 방파제 역할을 하며 넓은 가슴으로 미포 사람들을 안아주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소녀 애희, 세상에 맞서다' 새로운 이야기가 다시 태어난 곳입니다. 장세련 작가는 울산이 늘 공업도시로만 기억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청개구리에서 출간한 '딱 걸렸어' 동시집은 며칠 전 발표되었던 2021년 한국 안데르센상 동시부문에서 '버들나무 우듬지'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해경 작가의 첫 동시집입니다. 박해경 작가는 2014년 아동 문예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수상소감을 잠깐 읽어 보면 박해경 작가는 읽으면 모두 행복해지는 동시를 쓰고 싶다. 행복한 동시를 찾아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 네 번째 동시집 '우끼가 배꼽 빠질라'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박해경